[표학길 칼럼] 제3의 경제위기 오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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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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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제3의 경제위기 오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잘 나가던 미국경제에 경기침체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경기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역전이 발생함으로써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불길한 징조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의 50.4보다 낮아진 49.9로 집계됐다고 한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확장, 미만이면 위축국면을 가리키는 지표로 경기식별의 핵심지표이다.PMI가 경기하강국면의 신호탄으로 등장하자 미국채 금리 10년물이 1.577%까지 하락하면서 2년물 수익률 아래로 떨어졌다. 이같은 금리역전 현상은 지난달 두 번씩이나 나타났으며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경기가 하강국면을 향하고 있다는 또다른 지표는 지난 7월 비농업부문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33.4시간에서 33.3시간으로 감소한 사실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비농업부문의 신규고용건수는 월평균 14만 건으로 2년 내 최저치로 하락했다고 한다.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부진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은 글로벌성장둔화의 예외라는 주장이 있지만 무역전쟁의 여파는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고집해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2020년 대선 이전에 세금감면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증시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위협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를 예상하고 지갑을 닫아잠그는 현금보유선호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와 같이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주요 국간 무역분쟁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도 이런 시류에 편승한 것이다. 일본경제도 무역갈등, 엔 고(高), 경기악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 카드를 내밀고 있다. 중국경제도 무역갈등, 위안화 절상, 경기악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능가하는 글로벌 초대형기업을 육성하고 중국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1000억유로(약 134조149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만든다고 한다. EU는 2021~2027년 장기예산을 편성하면서 조성된 기금으로 전략적 핵심산업군 내 EU 소속 기업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사들일 방침이다. 미·중, 유럽과 일본이 불황극복을 위해 자국기업들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국은 대기업 죽이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경제는 1997년 주요 대기업들의 방만한 외채차입으로 국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복합된 제1차 경제위기를 맞았다. 당시 경제위기 원인은 가계부채가 아닌 기업부채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제2의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 가계부채의 부실화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시작됐다. 앞으로 '제3의 경제위기'가 온다면 그것은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기업부채의 부실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불황의 형태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제1의 경제위기가 국내경제 위기였고 제2의 경제위기가 세계경제 위기였다면 제3의 경제위기는 국내경제와 세계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이하는 복합위기형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세계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국내 주요기업들도 수출감소와 내수감소를 동시에 겪고 있는데도 한국정부의 경기변동에 대한 인식과 대처방안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이하다. 통계청, 기획재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진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마저 가세해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도 디플레가 아니라고 발표하고 있다. 또한 전기대비 실질경제성장률은 2017년 3분기에 1.5%로 정점을 찍은 후 7분기 연속 1%를 훨씬 밑돌고 있다. 심지어 2017년 4분기와 2019년 1분기에는 각각 -0.1%와 -0.4%를 기록했다. 이런 현실이 디플레이션이 아니면 무엇이 디플레이션인지 정책당국에 묻고 싶다. 최근에는 유류세 인하를 환원시키며 디플레대책이 아닌 인플레대책을 동원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은 탄탄하다'는 식의 국민안심형 발언으로 '제3의 경제위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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