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중위험 중수익을 내세우며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이달 발행액이 급감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금리연계 DLF 사태 등 겹악재로 파생상품 혐오현상이 확산하면서다.
지난달 7조6000억원 이상이던 ELS 발행액은 4조원대로 내려 앉았고 DLS 발행규모 역시 2조원에 육박하던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증권회사들이 발행한 원화 ELS는 총 3조8319억원(외화 27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조6162억원(외화 5921억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DLS 발행 규모는 반토막 이상 줄었다. 외화(1035억원)를 포함해 1조9968억원 수준이던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8571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최근 수천억원대 추정 손실을 기록한 해외금리연계 DLS에 대한 논란이 일며 소비자 분쟁까지 진행되자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원금 손실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진단이다.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투자자들이 찾아와 ELS와 DLS의 상환 후 재투자 의사를 거둬들이고 나섰다고 전한다. 송은영 신한은행 PMW잠실센터 PB팀장은 "10년 넘는 ELS 학습 효과로 서브프라임이나 금융위기 같은 위기를 버텨본 투자자들은 지금도 상환 후 재투자에 나서지만 ELS에 대한 긴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은 최근 다음 투자는 않겠다고 알려오는 상황"이라며 "모든 ELS와 DLS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투자불신이 너무 커져 1%대 정기예금에 대기자금으로 두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합리적인 경제이론 대입이 어려운 현 상황은 파생기피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파생 혐오현상이 위기 후 항상 되풀이됐지만 이번에는 그 위험성이 조금 과도하게 부각된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포트폴리오 조정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와 설계자, 판매자 모두 파생상품에 대한 경각심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단 설계자와 판매자는 구조 설계와 기초자산 가격 산정시 사용되는 평가 모형을 발전시켜야 하고, 투자자들은 수익구조와 손실가능성을 인지하고 관련 내용을 유념해야 한다는 평가다. 박종준 NH투자증권 대치WMC PB부장은 "DLS만 놓고 보면 사실 일반적으로 고객에 추천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이 아니다"며 "가입 시 투자자들은 리스크 발생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 가능한 부분에 대한 추가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ELS와 DLS 등에 대한 수요와 공급 모두 큰 폭으로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이들 상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이 없다는 점에서 투자위험성 고지 강화 등의 개선작업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