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졌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크게 출렁이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위안화의 대미(對美) 달러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어온 7위안을 돌파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5일 2015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인 1.44% 상승하면서 7.04을 돌파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지수(VIX Index)도 20.9를 기록해 지난 5월 13일 미국의 3000억달러 25%관세 부과 발표 직후인 20.6을 상회했다. VIX의 일일 상승폭도 3.3포인트에 달해 5월 13일(4.5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위안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 오다가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에 대한 대응으로 절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성명을 통해 위안화 환율의 7위안 돌파의 원인으로 보호무역주의 조치와 관세 부과를 언급하며 외환시장에 중국당국의 정책의지가 반영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향후 위안화의 소폭의 추가 절하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JP모건 등은 대체적으로 올해 말까지 2~3%, 내년까지 5~10%의 추가 절하를 내다봤다. 인민은행이 외국인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용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중 간 환율전쟁 발발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인용한 블룸버그의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와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간 상관 계수는 2014~2016년 0.65에서 2017~2019년 0.78로 상승하면서 동조화 현상이 심화했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원·달러 환율은 4.7원 오른 달러당 12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223.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금융기관은 이날 금융·외환시장상황 점검에 나서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최근 시장상황 관련 임원회의에서 "미국이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미중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는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발생하여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있고, 일본 수출규제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모니터링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함과 함께 상황변화에 대비한 즉각적인 대응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중국이 추가로 위안화를 절하하며 환율전쟁에 나선다면 지난 2016 년 초 위안화의 약세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됐던 시기 수준의 원·달러 환율 상단(1239 원)에서 2010 년 5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됐던 당시(1253원) 수준까지 약세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위안화 추가 약세와 달러 약세가 제한적이라면 원화 약세는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