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
글로벌 경기둔화에 선제대응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
주요국 중앙銀 인하 나설 듯
글로벌 경기둔화에 선제대응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
주요국 중앙銀 인하 나설 듯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시장에선 2015년 12월 시동을 걸었던 통화 긴축에 마침표를 찍고 '돈 풀기'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통화완화 사이클로 기조적으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직 명확한 시그널은 없는 상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을 '중간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으로 규정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달로 121개월째 경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120개월(1991년 3월∼2001년 3월)을 넘어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분기 성장률이 1분기 3%대에서 2분기 2%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는 탄탄하다.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증시는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지표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여건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가운데 2명이 '동결'을 요구하며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러한 딜레마를 반영한다.
연준이 꺼내든 명분은 이른바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다. 글로벌 무역갈등과 맞물려 유로존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글로벌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면서 미국이 '나홀로' 정책을 펴기 어려워진 현실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역설적으로 기준금리가 2%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인하할 여력이 적은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서라도 침체를 막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지속해서 밑돌고 있는 데다,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강하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미국 통화정책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위기 직후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긴축 사이클'이 3년여 만에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2015년 12월 '제로(0) 금리 종료'를 선언하고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기조로 돌아섰다. 이어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각각 금리를 올렸다. 모두 0.25%포인트씩 9차례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2.25~2.5%까지 끌어올렸다. 연준은 미·중 무역갈등이 부각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유보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앞서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9월 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예정된 종료 시점을 눈앞에 두고 굳이 조기 종료를 부각한 것은 '긴축정책을 종료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주요국 중앙은행들로선 추가적인 '돈 풀기'에 나설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일본은행(BOJ)도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면서 장기 금리(10년물 국채)를 계속 0% 정도로 억제한 상황이다.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기조적 전환을 했는지 여부엔 의문이 남는다. FOMC 성명에서 향후 금리 결정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오지 않은 데다, 파월 의장도 다소 애매한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으면서도 "나는 그것(금리인상)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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