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 공급 부족, 집값 하락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말들이 많다. 주택 공급 부족은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서울 집값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주택 공급 부족 논란은 2007년부터 2014년 사이 시행을 전후해 발생한 공급 물량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2003년부터 2006년 분양가 자율화 시절 연간 40만∼47만 가구를 유지하다가 2007년 9월 분양가상한제 이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연 27만∼37만 가구로 감소한 점에 주목한다.
이후 2014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서 2015∼2017년까지 인허가 물량이 다시 47만∼53만 가구로 증가한 것으로 볼 때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물량 증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초대형 변수가 있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정책에 따른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공공택지내 인허가는 늘어났지만 민간 주택경기는 바닥을 칠 때여서 공급감소를 상한제 탓으로만 몰아가긴 어렵다.
오히려 통계적으로는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상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 인허가가 몰린 2007년 5만 가구로 늘었다가 상한제 시행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기저효과로 2만 가구대로 감소했고 2010년부터 2011년 다시 4만7000가구에서 5만 가구로 늘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주택업계의 공급 감소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다 맞는 말은 아니다. 2010년 이후 인허가 물량 증가는 강남과 서초 등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과 2009년 8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촉진 정책으로 건축법상 아파트로 분류되는 5층 이상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이 활발했던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한제의 정밀 타격을 받는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인허가(사업시행인가) 물량은 2007년 3만 가구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만4000∼1만9000여가구로 연평균 2만 가구를 밑돌았다. 상한제에도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정비사업이 위축에 따른 물량 감소분을 당시 보금자리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상쇄한 것이다.
그러다가 2013년 재건축 시장 규제 완화, 2014년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용으로 사실상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은 연 2만∼3만 가구로 늘게 된다.
정부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재건축 사업 등이 중단돼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서울시와 인접한 수도권 3기 건설이 집값 상승 압력을 분산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집값은 상한제 등 규제 강화 여부와 비례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기간인 2008년부터 2013년 말까지 6년간 서울 주택가격은 5.31% 올랐는데 상한제 대상인 서울 아파트값은 1.32% 하락했다. 이후 상한제가 탄력운영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주택 가격은 17.92%, 서울 아파트값은 24.9% 급등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 공급 부족, 집값 하락 등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 통계상으로 상한제 시행이 서울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사실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견본주택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