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포럼] 최저임금 소폭인상이 대통령이 사과할 일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2302102369061001[1].jpg "[포럼] 최저임금 소폭인상이 대통령이 사과할 일인가")
대통령은 이미 2018년 7월 수석 비서관 회의를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사과하지 않았던가. 그 대신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 상가임대차 보호, 합리적 카드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그와 더불어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미 이렇게 대안까지 제시하면서 사과를 했건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또 사과가 왜 필요한가?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최저임금 대안으로 제시한 대책들 중, 실행해 보니 어느 제도가 좋은지 혹은 어떤 정책이 경제이론적으로도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낼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요점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법의 근본목적-근로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들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자는 것-이 잘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인해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을 부당 해고한다면 이는 목적에 위배된다. 최저임금 인상 때에는 기업가의 임금 지불 능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므로 그 인상폭이 이론과 현실의 타협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기업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최고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최저임금이 2018년, 2019년 각각 16.4%, 10.9%나 급격히 인상된 이후, 그 영향권 근로자는 2017년 17.4%에서 2019년에는 25.0%로 증가했다. 이에 최저임금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명목으로 2018년, 2019년에 각각 2조 9409억원, 2조 7618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그 효과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늘어난 일자리는 9만7000개로 2016년과 2017년의 2분의1, 3분의1도 못 미친다. 내용적으로도 50세 이상 일자리는 27만8000개 증가한 반면 30~49세 일자리는 17만8000개나 감소해 2017년 대비 2배 이상 줄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1분기 및 2분기에도 50세 이상 일자리는 각각 41만7000개, 45만4000개 증가한 반면, 30~49세 일자리는 각각 26만2000개, 24만7000개나 감소했다.
위의 통계수치들을 연결해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명확하다. 장년들의 공공 서비스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상용근로자의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 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목표가 멀어진 것을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전체 일자리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정부가 우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올리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오히려 반대 현상인 실정을 일단 인정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시키고 일자리 안정자금 투입을 없애기 위한 대안으로 2018년 대통령 사과에서 제시한 근로장려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실행하면 우선 일자리 안정자금의 정부지출을 없앨 수 있고 기업가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상승시키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으므로 궁극적인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그 효과에 집중하라. 그것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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