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재업체 해외물량 유치 방안
유력 업체 인수합병 가능성 거론
유력 업체 인수합병 가능성 거론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사장단을 소집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 마련을 지시하면서 삼성전자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 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추가 확보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이 부회장이 한·일 통상 갈등 장기화를 대비해 스마트폰과 TV 등까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라고 요구하면서 15일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일본 소재 업체들의 해외 생산물량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방안을 꼽고 있다. 극우 성향인 산케이 신문 역시 최근 보도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업체인 스텔라케미화의 싱가포르 공장을 예로 들며 해외 공장을 활용한 우회 수출 가능성을 점쳤다.
이는 일본 업체들이 한국 수출 절차를 밟아도 통과할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의 해외 생산공장 건설을 적극 유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 업체인 도레이의 경우 최근 헝가리에 2억 유로(약 2700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리막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는 헝가리에 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폴란드에 있는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이 다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도레이의 이번 투자는 일본 정부의 규제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향후 국내 업체의 배터리 생산량 확대 시 도레이에 SOS를 칠 수도 있다. 분리막의 경우 일본의 추가 규제 대상 중 하나로 점쳐지는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일본 아사이카세이와 도레이가 세계 시장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국내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부 공정에서 국산 불화수소를 적용하고 있으며,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활용해 해당 협력사의 품질과 생산량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한국 수출 의사를 밝힌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도입해 추가 가공 공정을 거친 뒤 사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외 공장 확대·이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경우 핵심공정을 해외로 옮길 시 기술유출의 우려도 있고,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 스마트폰과 TV 등은 이미 다수의 생산물량을 해외에서 맡고 있다.
이 밖에도 해외 유력 소재업체 인수·합병(M&A) 등도 대안 중 하나로 나오고 있다. 다만 주요 핵심소재의 경우 제조업체가 그리 많지 않고 몸값도 비싸 부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들이 컨틴전시 플랜 수립에 정신이 없겠지만, "사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새삼 정치싸움에 기업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느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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