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美 경기확장국면 이후를 준비하자

김영익 경제칼럼리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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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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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美 경기확장국면 이후를 준비하자
김영익 경제칼럼리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미국 경제가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시작된 경기 확장국면이 이 달만 넘어서면 경기순환 역사상 가장 긴 확장국면을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1854년부터 기준순환일(경기가 정점과 저점을 기록한 월)을 발표하고 있는데, 2009년까지 33번의 경기순환을 거쳤다. 이 기간 동안 경기확장 기간은 평균 38개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역사를 축소해서 보면 11번의 경기순환을 겪었는데, 경기확장 기간은 58개월로 더 연장되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현재까지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특별한 단기적 충격이 없다면 향후 몇 개월은 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1854년 이후 경기순환 역사상 가장 긴 경기 확장기간은 정보통신혁명이 있었던 1991년 3월에서 2001년 3월까지 120개월이었는데, 이번이 그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확장국면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경기가 정점에 이르고 수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금융시장에서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경기에 선행하는 장단기 금리 차이의 역전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미 국채 5년물 수익률이 2년물 수익률보다 낮아지더니, 올해 5월 말에는 대표적 장기금리인 10년 국채수익률이 2.13%로 단기금리인 3개월물(2.34%) 이하로 떨어졌다. 시장금리에는 미래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포함되어 있는데, 장기 금리의 하락은 갈수록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 사이에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되고 2017년 12월 미국 경기가 정점을 기록했다.

장단기 금리차이 역전은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어느 시점에 미국 경기가 정점을 치고 수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미 정책당국이 대응할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기'를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미국 정부는 과감하게 재정지출을 늘렸고, 연방준비제도(Fed)는 정책금리를 거의 0%까지 인하한데 이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수요 측면에서 GDP를 구성하는 소비·투자·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경기가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00%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부실해졌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Fed의 통화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까지 인하했다. 현재 정책금리는 2.25~2.50%이다. 내릴 여지도 크지 않고,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년 11월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가치 하락을 통해 대외부문에서 수요를 부양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미 상무부는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대해서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지정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불, GDP대비 경상흑자 2%(이전 3%), GDP대비 중앙은행 시장개입 2%)을 강화했다. 또한 통화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경기 확장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 트럼프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Fed 역시 금리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대외수요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국이 한 해 동안 본원통화를 2배 늘리면서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했다. 그 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이 뒤따라 돈을 풀면서 환율전쟁에 가담했다. 조만간 그와 같은 환율전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시기는 미국의 경기확장 지속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절대적으로 높다. 미국 경제의 침체와 그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재정 및 통화정책 조합을 마련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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