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1일 가업상속지원세제를 완화해 중소·중견기업의 세대교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 매출액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를 열고 가업상속 시 상속세로 인해 기업의 고용이나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가업상속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과 혁신강소기업을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이후 브리핑에서 현행 가업상속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자산·고용 유지 요건을 합리화해 가업승계 기업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소분류 범위 내에서 중분류 내 허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중분류 범위 밖이나 기술적 유사성이 있는 업종으로 변경해야 할 경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예외조항도 만들었다. 사후관리기간 중 자산유지의무는 사업여건 변화에 따라 자산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종자산 취득도 예외로 인정하도록 예외사유를 늘리고, 중견기업 10년 통산 고용유지의무는 현재 기준인원의 120%에서 100%로 완화했다.
단, 탈세 또는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인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배제하기로 하는 등 가업상속공제 지원 기업의 성실경영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정은 가업 승계 기업인의 상속세 납부 부담도 줄여줄 생각이다. 20년 연부연납 특례 대상을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피상속인 지분보유 및 경영요건은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상속인의 상속 전 2년간 가업종사 요건도 삭제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 줄곧 건의해온 가업상속공제 매출액 기준 완화는 빠졌다. 현행 공제 기준은 매출액 기준 3000억원 미만, 공제 한도 최대 500억원이다. 업계는 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매출액 기준과 공제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정은 부의 대물림 등 가업승계의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공제 기준을 완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가업상속공제제도 관련 법안을 보면 일부는 매출기준을 오히려 2000억원으로 낮추는 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일부는 파격적으로 기준을 완화하는 주장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대체로 기준을 완화하자는 쪽이고, 민주당 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정책위의장은 "공제 대상기업 매출 기준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고, 현재 국회 제출된 법에도 유지하자는 의견과 축소하자는 의견, 확대하자 의견도 있다"면서 "일단 현행으로 유지하되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