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규제영향평가 AI에 맡기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06/2019061002102269061002[1].jpg "[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규제영향평가 AI에 맡기자")
규제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 조정 도구다. 적절한 규제는 적절한 가로등 신호와 같이 사회에 편익을 제공한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불편한 가로등과 같이 사회에 비용을 부담시킨다. 사회적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규제개혁을 접근해 보면, 편익이 비용보다 큰 좋은 규제는 당연히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비용이 편익보다 큰 나쁜 규제는 개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질 나쁜 규제일수록 강력한 규제 이익 집단이 형성되어 규제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나, 실상은 숫자 채우기와 같은 변죽 울리기에 그치는 이유는 성과 측정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AI규제평가는 규제의 질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여 규제개혁의 질적 전환을 가져올 획기적 신무기가 될 것이다. 150조라는 국가 규제 비용의 10%만 절감한다 해도 그 효과는 연간 15조가 넘는다. 그렇다면 왜 다른 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획기적인 인공지능 활용을 하지 않는가 반문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 금지 규제를 제외하고 시행이 가능한 네가티브 규제 국가는 규제개혁의 문제가 크지 않다. 독일과 일본 등 허가된 것만 시행이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도 사회적 합의 체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인공지능 기술 활용 자체가 쉽지 않다. 결국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포지티브 규제의 기술 선진국인 대한민국이 최초가 될 수 밖에 없다.
규제 영향 평가의 관점에서 규제개혁은 전체 규제의 편익/비용 극대화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규제 영향 평가가 고비용의 전문가들이 상당 시간을 투입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적 한계다. 대체로 5000만원과 3개월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정부 규제포털에 등록된 1만5,000개 규제 영향 평가를 하려면 7500억의 비용과 4000명 가까운 전문가가 필요하게 된다. 실현 가능성이 힘들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모든 규제의 실시간 비용/편익 분석시스템 개발이 가능해졌다. 비슷한 사례로서 특허 가치를 인공지능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개발된 것을 감안해 보자.
규제 영향 평가는 비용과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선정하고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초기에는 기존 규제 영향 평가와 유사한 규제들을 그룹화하여 기존 규제 평가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면 된다. AI규제평가는 비용/편익의 상관관계를 도출하고 각 요소의 변화를 각종 국가 통계 DB에서 연계하여 규제영향 평가를 매일 모든 규제에 대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은 24시간 주 7일 근무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AI규제평가의 신뢰도는 초기에는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가기준이 없는 것과 50%의 신뢰도를 가진 평가 기준이 있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은가 생각해보라. AI규제평가는 불완전하나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한국이 규제개혁의 선도국가로 부상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제 무엇이 달라지는가 생각해 보자.
측정되는 것은 개선된다. 우선 각 부처 규제영향평가 총량을 기준으로 부처의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 진다. 사회적 영향이 개수 채우기 규제개혁에서 사회적 영향이 큰 임팩트 위주 규제개혁이 부처에 유리해지게 만들면 규제개혁은 성공한다. 그러면 각 부처의 실·국·과는 규제영향 평가의 파레토 분석을 통하여 핵심 규제를 발굴하여 규제의 질 개선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 규제 영향의 절대치가 아니라 매년 상대적 변화치를 기준으로 하면 절대치 오류에 대한 논란도 사라진다.
현재 정부 규제 포털에 등록되지 않는 20 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법령 미근거 규제도 평가를 통한 정비가 가능해 진다. 또한 유사·중복·충돌 규제를 인공지능이 해소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AI규제평가는 규제 개혁 시스템의 개혁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