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데이터로 업무 체계화
제품 기획~공급 기간 확 줄어
제품 기획~공급 기간 확 줄어
이휘정 인포와이즈 대표 인터뷰
"속도경쟁 시대 기업의 핵심 무기는 데이터다. 제품 생산결정부터 부품조달, 물류, 실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민첩성 비결이 바로 데이터다."
이휘정 인포와이즈 대표(사진)는 "데이터 경쟁력이 세계 일류기업과 아닌 기업을 구분 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포와이즈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 컨설팅·솔루션 기업으로, 기업 내 핵심 데이터인 마스터데이터(기준정보) 전략 수립과 MDM(마스터데이터관리) 솔루션이 특기 분야다.
e비즈니스 붐이 거세던 2002년 인포와이즈를 창업한 이휘정 대표는 데이터 한 분야만 파고들어 전문영역을 개척했다. 2012년 말에는 기업용 SW기업 엠로에 인수돼 엠로 및 관계사들과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을 결합한 공조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공통 과제는 내·외부 데이터를 잘 발굴·관리·분석해 업무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빅데이터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도입, AI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마스터데이터 전략과 투자는 부족하다고 이 대표는 지적한다.
마스터데이터는 기업이나 기관 업무의 기준이 되면서 변화가 적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핵심 정보를 말한다. 기업의 경우 제품·공급사·부품·직원 정보, 공장의 경우 제조설비·부품·원료·생산제품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 IoT를 구축해도 마스터데이터 정의·관리체계가 안 돼 있으면 수집된 머신데이터가 어느 것과 관련돼 있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식별이 힘들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 대표는 "세계적 기업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마스터데이터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업무와 IT시스템을 체계화한 기업들은 혁신의 속도와 파괴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90년대 중반부터 전사 마스터데이터를 제품·부품·고객·공급사·제조설비 등 5개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IT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했다. MDM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자재나 설비, 제품이 추가되면 반드시 이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부서에서 제품을 설계하면 제품 데이터를 바로 생산시스템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MDM에 등록한 후 ERP(전사적자원관리)와 연계해 생산시스템으로 가도록 한다. 마스터데이터 담당 임원을 두고 60명 정도 인력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 내 데이터는 분산 관리하더라도 마스터데이터는 중앙에서 관리해야 한다"면서 "삼성은 이런 체계 덕분에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주어진 미션을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동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인포와이즈는 이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했다. 삼성전기·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MDM 고도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주문 후 공급에 걸리는 시간에서 경쟁기업들과 격차를 늘리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기업이 설계부터 건설·운영까지 7년 걸리는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장 건설을 3년 만에 끝냈는데 그 역시 철저한 데이터 관리가 비결이었다.
이 대표는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완료 후 가장 빨리 제품을 생산하는 위탁생산 기업을 찾게 되는데 삼성은 이 강점 덕분에 사업을 빠르게 키웠다"면서 "바이오산업은 특히 안전이슈가 많고 규제가 강해 견고한 데이터 체계 수립이 필수적인데 삼성은 반도체 등 전자산업에서 쌓은 경쟁력을 토대로 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독일 SAP의 MDM 솔루션을 인포와이즈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데이터 체계도 전체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단기간에 글로벌 1위 통신장비, 2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자리잡은 화웨이도 10년 전부터 마스터데이터를 규정하고 통합 관리체계를 도입해 기술혁신과 양산을 빠르게 밀어붙였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통신 관련 국제표준 완성 후 장비 양산에 보통 6개월~1년이 걸리는데 화웨이는 경쟁사들보다 3개월 정도 빨리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5G가 상용화돼 데이터 고속도로가 4차선에서 10차선으로 늘어나도 달릴 데이터가 준비 안 되면 소용이 없다"면서 "정부부터 산업계까지 데이터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면서도 막상 투자효과를 자신하지 못하는데, 표준·마스터데이터 정의 등 기본 골격부터 만들면서 투자를 병행해야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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