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차관급 공무원들이 모두 불참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를 열었다. 민생대장정에서 모은 산불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실질적 피해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관계부처 차관급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참석을 요구했던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한국전력 등 관련 부처 차관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이날 모두 불참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강원 산불피해와 관련해 장관들은 바쁠 것 같아서 차관들의 참석을 요청했다"면서 "일부 차관들은 오겠다고 했으나 결국 어떻게 됐느냐. 모두 불참했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차관들에게) 불출석을 종용한 것"이라며 "정권의 이익을 계산해 공무원들을 출석시키지 않는 것이 이 정권의 민낯"이라고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려고 야당에 공무원들을 안 보내는 것인가 싶다"면서 "차관이 아닌 국장급을 보낸다는 부처도 있었고, 한전 부사장은 (국회) 근처까지 와서 못 온다고 했다. 부처가 (산불대책을) 제대로 안 챙기고 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는 울먹거리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불참 이유를 통보받았는지 기자들이 묻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결국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자들이 을지태극연습으로 인한 불참 가능성을 언급하자 "그것과는 상관없다"고 단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오후에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도 공무원들의 불참을 문제 삼았다. 나 원내대표는 "산불과 관련해서 6개 부처 차관과 한전 사장을 불러 책임소재를 가리고 황교안 대표가 민생대장정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와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함께 협의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어떤 의미냐"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산불과 관련 이 정부가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느냐.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러 번 현장도 다녀갔다"면서 "재해추경 빨리 하자고 하면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니 오지도 않는다. 이재민 피해까지 자기 정권의 이익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이 정부가 민심을 챙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에 열을 올렸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 하에서는 야당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면 불이익을 받기라도 하냐"면서 "야당 무시를 떠나 강원도민과 산불 피해주민에 대한 잔인한 모독"이라고 불쾌한 심경을 표현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입장하던 중 정부 측 관계자의 불참 소식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당이 참석을 요구했던 관련 부서 차관 및 관계자들은 모두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