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국가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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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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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국가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위급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중요한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이 시간 내에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생존률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의 생존은 매우 희박하다. 국가를 사람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국가발전에도 바로 이러한 골든타임이 있다. 실제로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은 여러 번의 위기와 기적을 반복하며 성장해온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이 든다. 반세기에 걸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국가의 존망을 뒤흔드는 위기였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불과 반세기만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좁은 국토와 변변한 부존자원이 하나 없는 기반 위에서 우리의 신념과 의지로 대한민국을 키워낸 것이다.

지나온 역사를 접어두고,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우리가 직면한 작금의 도전은 4차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와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과 같은 키워드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를 가능케 할 것이다. 나아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의 명운을 가늠할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여 국가지도자의 지대한 관심 하에 모든 노력과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즉, 4차산업혁명이라는 중요한 환경의 변화가 전 세계 국가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를 가져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우리가 맞이한 이 골든 타임, 중요한 순간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져올 정확한 판단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최근 우리 정부의 더딘 걸음이 우려된다. 국정농단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가건설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은 현 정부는 집권 초, 과학기술에 기반한 4차산업혁명 선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과학기술 정책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견해가 많다. 그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은 고도의 전문분야이기에 정권의 정치적 프레임에 맞추어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장기적이고 연속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과학기술을 통해 국민의 삶 개선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이루고자 한다면, 과학기술정책 추진이나 연구개발투자를 과학분야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매우 정교하게 기획하고 진행해야한다.

예를 들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탈원전' 에너지 정책만을 보아도, 정부가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이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2017년까지 우리나라 발전량의 30%를 차지한 원자력 발전을 2030년까지 24%로 감소시키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탈원전 주요 계획이다. 현재 세계적 동향을 보면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원전 비중 축소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 정책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많은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나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 과정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의 원자력 발전 기술이 급격히 쇠퇴하여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 된다. 정부의 정책은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화와 균형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결과가 기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입안되고 실행되는 정책은 곧 그 한계가 드러나고 다음 정권에서는 별 관심 없이 바로 폐기되기 마련이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도전과 응전을 이끌어가는 창조적 리더가 그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발전의 골든 타임 속에서 바로 이러한 국가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과 결정이 국민의 호응과 밝은 미래를 이끌어낼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과학기술계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가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바탕으로 주요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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