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만에 1182.9원까지 올라
주요 5대은행에 투자자들 몰려
열흘 새 1억달러 가까이 증가
경상수지 적자땐 시장타격 불가피
주요 5대은행에 투자자들 몰려
열흘 새 1억달러 가까이 증가
경상수지 적자땐 시장타격 불가피
#A씨는 지난해 11월 달러 강세 전망 속에 만기된 예금을 달러예금으로 갈아탔다. 해가 바뀌었지만 1분기 내내 달러 보합이 지속되자 A씨는 손절매를 감수하고 달러예금을 해지했다. 4월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A씨는 달러예금을 다시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급등하면서 달러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이달 들어 달러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8일 현재 129억55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93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4월에 전월 대비로 2억700만달러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열흘도 안 된 사이 1억달러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2월에 3억4700만달러, 3월 9억5100만달러 전월 대비 연이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0.3% 발표 이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가 올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월 중순부터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2.9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17년 1월 17일(1187.3원)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2분기가 원·달러 환율 연중 고점인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9일 KB증권은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그 향방에 대한 두번째 고찰' 보고서에서 "국내 8개 증권사의 환율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기관이 2분기 이후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재필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PB부장은 "단기적으로 고점에 오른 측면도 있어 달러를 안 가진 경우 달러를 사고 싶다고 하면 좀 기다리고, 달러를 저점에서 보유한 분들은 자산배분의 비중이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원화로 환전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내리려면 우리나라에서 뭔가 반등하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면서 "수출 같은 지표가 살아나지 않으면 환율이 다시 내려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내 변수는 한국은행의 4월 경상수지 발표다. 우리나라 올 1분기 경상수지는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상수지는 투자·소비·고용 등 모든 경제지표가 고꾸라질 때 유일하게 '흑자'를 지켜 낸 거시 지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일 4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면 당국의 해명이 뒤따르더라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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