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정책도 적폐청산 대상이란 말인가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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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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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AI정책도 적폐청산 대상이란 말인가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기가 산업혁명의 동력 역할을 한 것처럼 미래에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의 동력이 될 것이다."

구글 차이나 CEO를 역임한 리카이푸가 지난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타임100서밋'(Time 100 Summit)에서 한 말이다. 마치 전기가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자동차, 유통, 의료, 금융, 건물, 에너지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미래 사회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이 전면에 나서 AI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크게 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2년 전 2030년까지 인공지능 기술분야에서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후 적극적으로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AI 인재를 육성해왔다. 14억 인구가 만들어 내는 빅데이터와 풍부한 시장 잠재력을 AI 기술 발전의 지렛대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내 AI 기업 수는 세계 전체(4998개)의 21%인 1040개나 된다. 지난해 전세계 AI 투자 중 60%가 중국에 몰렸다. AI 인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순위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다.

2018년 중국내 인공지능 관련 특허 출원은 3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5년전 대비 10배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미지 처리 기술 특허는 1만6000건으로 미국의 4배 규모다. 미국의 앨런인공지능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AI 논문 수(논문의 量)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으며, AI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 상위 10%의 논문 수(논문의 質)에서도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AI 육성 정책을 펼친 결과다.

중국의 AI 기술발전 속도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주요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와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AI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 유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AI가 단순한 경제적 변수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미래의 글로벌 리더십을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AI 특허와 전문 기업 등 대부분의 분야별 평가에서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한국의 AI 기업 수는 26개로 중국의 4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인재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이란이나 터키보다도 뒤쳐진 15위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유니콘 기업 후보 100곳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은 한 곳도 없다. 중국과 달리 현재 한국에는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AI 컨트롤 타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 산업의 컨트롤 타워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1년 8개월 동안 AI 정책을 다룬 것은 지난 해 5월에 개최된 6차 회의 한차례가 전부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인공지능연구원(AIRI)도 적폐 청산의 분위기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AIRI는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 이세돌 9단이 패배하자 충격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판교의 테크노 밸리에 설립한 연구소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밀리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정부주도로 설립했고,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 기업 7곳이 30억원씩 연구원 설립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설립 1년 뒤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AIRI에 대한 지원은 중단됐다. 200명의 연구 인력을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연구결과를 내놓겠다던 AIRI는 현재 박사급 연구원 4명이 연구를 수행하는 이름뿐인 연구소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때문에 이전 정부의 AI 발전 정책이 홀대 받고 있는 셈이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업에 대통령 임기가 있을 수 없다. 인공지능 육성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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