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29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펴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첫 구절이다. 여기서 나타샤는 자신의 연인 자야(子夜)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모하던 여자를 빼앗겨 실의에 빠져있던 백석은 1937년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기생 진향을 보고 사랑을 느낀다. 이백의 한시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딴 '자야'란 이름을 그녀에게 붙여준다. 이후 두 사람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그 사이 백석은 두 번의 결혼을 하고도 자야를 잊지못한다. 백석은 만주로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해방 후 백석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자야는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며 큰 돈을 모은다. 그녀는 말년에 대원각(현재의 길상사)을 법정스님에게 보시한다.
이 책은 백석에 대한 최고의 평전이다. 저자는 백석의 전 생애를 뒤쫓아 잊혀졌던 그를 복원해 냈다. 저자의 손끝에서 백석은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되살아난다. 백석은 평북 정주 출생으로 오산고보를 졸업했다. 동향 출신 거부 방응모의 도움으로 아오야마(靑山)학원 영문과를 다녔다. 어학 천재에다 시 잘 쓰고 미남인 '모던 보이' 백석은 1936년 100부 한정판으로 낸 시집 '사슴'으로 당대는 물론 후대의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해방이 되자 백석의 이름은 사라졌다.백석은 북한에서 주류 문학흐름과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 문학 번역, 아동문학이라는 우회적 길을 선택한다. 그러다 아동문학 논쟁에 휘말리며 비판 대상이 되면서 백석은 1958년 말부터 문학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다. 그해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들이 생산현장에 파견되기 시작했다. 1962년 백석은 최고 오지로 꼽히는 삼수군으로 파견된다. 농사 짓고 양도 치는 농부로 일하면서 가끔 삼수군 문화회관에서 청소년들에게 문학창작 지도를 했다. 1996년 백석은 84세를 일기로 삼수농장에서 삶을 마감했다. 평양에서 결혼해 51년을 함께 산 세번째 부인 리윤희와 1남1녀가 임종을 지켜봤다. 3년 후인 1999년 자야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과 이별하기 전 그녀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주세요."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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