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호황 끝물 조짐… "조세부담 과속, 소비위축 부를 가능성"

작년 조세부담률 21.2% 최대치
"고령화·성장잠재력 대응 위해
재정확장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세금 사용처 국민적 합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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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호황 끝물 조짐… "조세부담 과속, 소비위축 부를 가능성"

문정부 역대최고 조세부담률

전문가 우려 목소리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어, 앞으로 조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간 지속됐던 세수호황이 올해를 기점으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재정을 어떻게 어느 정도 조달해 어디에 쓸지 국민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13년 17.9%에서 2016년 19%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21.2%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급격한 상승폭을 기록한 수치이다. 더욱이 정부가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측했던 2018년 19.2%, 2019년 20.3%, 2020∼2022년 20.4%와 비교해 조세부담률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영향도 있다. 실제로 고령화 대응과 일자리·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중기재정지출 증가율을 2017∼2021년 5.8%에서 2018∼2022년 7.3%로 높였다.

문제는 확장적 재정지출에 따른 급격한 조세부담 속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경기 순환의 한 고리인 소비의 영역이 약해져 이는 다시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도 법인세가 올라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신시장 개척과 같은 투자는 생각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비극인 만큼 조세부담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으로부터 세금를 거둬들이기 전에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등에 따라 조세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렇게 해서 거둬들인 세금을 가지고 공공 단기 알바를 만들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보완책을 제시하는 방식의 재정정책은 결국 전체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는 정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재정중독'에 걸린 정부인 것 같다"면서 "재정을 쏟아붓기 전에 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일자리 정책으로 끝나고 말 것인지 등의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 잠재성장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정년에 임박한 이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경영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부담률의 급격한 상승은 현 정부의 복지정책과 연관이 있다"면서 "복지정책은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든 경로의존성을 지닌 만큼 신중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결국 다음 정권과 미래세대에 모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 교수는 "지금 서민들은 급격한 조세부담률에 의료보험, 국민연금 지출까지 생각해야 하는 위험한 단계"라면서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복지정책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줄일 것은 과감하게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에게 강력한 조세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접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조세부담이 급속히 늘어나면 우리 사회 허리를 구성하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세금을 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민층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중산층이자 허리층인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에게 계속해서 세금을 요구하는 것은 강력한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OECD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낮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분노의 사회'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간 이어져온 세수 호황이 더이상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틀 위에서 신중히 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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