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규제城 풀고 성장塔 쌓아야 한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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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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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城 풀고 성장塔 쌓아야 한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루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면 지난 70년 간 이룬 성과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 같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도, 사회도 그 어느 하나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자기 만족에 빠져있지 말고 하루 빨리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신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만의 탑을 쌓아야 한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성을 쌓는 성주에게 찬사를 보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높은 탑을 쌓는 군주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이 결국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 같다. 해방 이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각 정권은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각자의 성을 쌓았다. 우리 나라 전국이 허허벌판이었기에 성을 쌓는 것은 명분도 있었고 발전의 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성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끌고 갈 탑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탑이 필요한데 현 정권은 국민 대통합을 통한 탑을 세우겠다는 초심을 잃고 적폐를 앞세워 또 다른 성을 쌓고 있다.

진정한 역사 속에서 탑을 세우지 않고 성만을 쌓아간다면 우리의 역사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통성을 잃고 계속 휘청거릴 것이다. 아직도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의 탑을 쌓지 못하고 견강부회 식 성만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우리 역사는 또 한번 소용돌이를 칠 것이다. 지금이라도 역사의 탑을 견고히 쌓아야만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을 하여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우리 경제 역시 탑을 쌓지 못하고 성만을 쌓아왔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성장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의 이해당사자들은 아직도 각자의 성을 쌓고 성을 지키기 위한 아집을 부리고 있다. 우리의 경쟁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탑을 쌓고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도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각오로 각자 성의 빗장을 더욱 강하게 걸어 잠그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규제의 성을 풀고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 성장의 탑을 쌓겠다는 정책 책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역시 탑을 쌓지 못하고 성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는 국가 연구개발 분야, 중소기업 지원 분야, 창업 분야, 일자리 창출 분야 등을 보면 각 기관마다 각자 실적을 올리기 위한 작은 성을 쌓는데만 몰두하고 있지, 국가 차원에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탑을 쌓는 데는 관심이 없다. 견고한 탑을 쌓기 위해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하고 이런 방향을 추진하기 위한 자원의 결집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의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큰 것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것만을 놓고 와각지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창업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후발 기업이었지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큰 탑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창업자들이 쌓았던 큰 탑은 이제 2세, 3세로 내려가면서 성을 변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 등에서 세계를 향해 우뚝 세워졌던 큰 탑이 언제부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탑을 버리고 성을 쌓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흔들리는 탑을 더욱 견고하게 그리고 더 높이 쌓으려는 노력을 후세 기업인들이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그룹 기업들의 경영권이 2세, 3세로 이전되는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후세 기업인들은 쉬운 성 쌓기 보다는 더 힘든 탑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도 선진 사회가 되기 위해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그렇지만 세계가 우리를 배우려고 하는 탑을 세우는 데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최근 '축적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의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축적의 시간'이 제 값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는 성 보다는 탑을 쌓은 일에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한다. 탑을 쌓는다는 것은 멀리 미래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된다는 것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인지하고 같이 나누는 것을 뜻한다. 이에따라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성만을 고집하면서 마음을 닫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탑을 쌓는 노력을 다 같이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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