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투자자금 선회
아시아주요국 주가지수 급락
코스피 2150선 붕괴되기도
"정부 재정확장 대응 필요"
아시아주요국 주가지수 급락
코스피 2150선 붕괴되기도
"정부 재정확장 대응 필요"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면서 추가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작년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했던 '검은 10월'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국 국채 장기물,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방향을 틀면서 지난주 금요일 유럽, 미국에 이어 25일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215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시장 공포를 자극하자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기관과 외국인의 투매가 쏟아졌고 각종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기초체력이 떨어진 탓에 발생한 방어력 부재가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극에 달한 R의 공포 =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2.09포인트(1.92%) 하락한 2144.86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2년 만에 10년물 장기 국채의 금리가 3개월짜리 단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장기 채권이 더 인기가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향후 경기를 매우 안 좋게 본다는 뜻으로, 흔히 경기 침체의 강한 전조로 해석된다. 순식간에 미 증시가 2% 가까이 주저앉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투자를 회피하는 현상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국내 역시 악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2% 가까이 빠질 만큼의 재료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경제와 증시 기초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쉽게 무너져내렸다는 얘기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 요인이 지속하는 상태에서 미국 장단기 금리 간 역전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는 작은 위험요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호황기 후 일시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면 국내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는 지속 하락하고, 수출 역시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날 투매를 통해 지수를 끌어내리는 데 앞장선 건 국내 기관이다. 이날 하루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2238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79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외국인(-696억원)도 가세하면서 경쟁적인 투매가 일어났다.
◇"정부 재정확장 대응 필요" 한 목소리 = 향후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추가 조정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3월 통계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와 미중 고위급 회담 등에서 긍정적인 소식 없이는 반등도 없다는 관측이다.
경기하강에 접어든 국내 증시의 하향국면은 지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상반기 내 정점을 찍고 반등한다면 국내 경기 하강국면은 이제 시작"이라며 "장·단기 금리 격차만으로도 경기 침체 국면에 임박했다고 충분히 해석 가능하고 경제지표 역시 계속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 실장은 "정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며 "단순한 금리인하 등의 통화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인 만큼 양적완화 등 과감한 재정확장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수익 개선 전망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고 수출은 계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위기 속 국가 신용등급 하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업 투자활성화 방안은 물론 재정확장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양준모 교수는 그러나 "재정정책이건, 통화정책이건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 정책 실패가 심각하다"며 "원점에서 경제정책을 다시 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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