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R의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덮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 작년 폭락장을 연출했던 '검은 10월'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70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사흘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는 37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세계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는 소식이 발목을 잡았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둔화를 알리는 대표적인 부정적인 신호로, 미국발 경기 침체가 전 세계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흥국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오랜만에 국내 증시에 복귀한 외국인의 '사자' 행렬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4조5374억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한 해 동안 5조722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수급은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 수급 강도는 크게 둔화했다. 외국인 순매수액 규모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4조500억원을 기록하다가 이달(3월1~25일) 3400억원대로 규모를 축소했다.
외국인 수급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R의 공포까지 확산하면서 작년 '검은 10월'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자금 이탈 우려가 또다시 시장에 번지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EM)지수에서 중국 A주 편입비율이 확대되는 것도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의 외인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대신증권 MSCI 이슈 하나만으로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9조6000억원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수급이 얇아진 상황에서 외국인 매매패턴은 방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맞물릴 경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피 하락추세 재개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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