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술혁신의 선봉대 `글로벌 경진대회`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 입력: 2019-03-07 18:09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시론] 기술혁신의 선봉대 `글로벌 경진대회`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자율주행차의 기술 혁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르파(DARPA)가 주최한 무인 자동차경주 대회였다. 미 국방성의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는 다르파가 육군 장비의 1/3을 무인 장비로 대체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2004년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자율주행차 경주대회를 개최했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11.8km를 자율주행으로 완주하는 2004년 대회에선 15개 참가 팀 가운데 완주에 성공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다음해인 2005년 대회에는 23개 팀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5개 팀이 완주에 성공했다. 이 시합에서 우승한 스탠포드 대학팀을 이끌었던 세바스티안 스런 교수는 이후 구글에 영입되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다. 시합에 참여했던 수백명의 연구원들은 우버 등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의 핵심 멤버나 창업주로 활동하면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도 글로벌 경진대회의 결과로 탄생했다. '글로벌 이미지넷 경진대회'는 주어진 사진이 무엇인지를 컴퓨터가 맞추는 대회이다. 2012년 대회에 처음 참가한 토론토 대학의 슈퍼비전팀이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2012년 이전에는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미지를 보고 동물을 구별하는 인식률이 74%였다.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이 인식률 74%선에서 0.1%를 향상시키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었고, 75%로 인식률을 올리는 것은 모든 참가자의 꿈이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 슈퍼비전팀이 84%의 인식률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스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학습하는 특성 때문에 이후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도 딥러닝 기술을 사용했다. 알파고는 일류 프로 바둑기사의 과거 기보(棋譜) 3000만 수를 기반으로 학습했다. 프로 바둑기사가 패턴 인식을 통해 확률적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학습한 결과다. 이제 인간이 바둑으로 인공지능(AI)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인간이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특징을 찾아내는 딥러닝의 능력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크게 확대될 수 있었다.

올해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2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글로벌 경진대회를 통한 기술혁신을 이어간다. 록히드마틴은 최근 'AI드론 레이싱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복잡한 코스나 산길을 날면서 스피드를 겨루는 드론 레이싱은 이미 전 세계에 TV 중계가 될 만큼 인기를 얻고있는 스포츠다. 선수들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도 존재한다. 이번 경진대회에선 가장 똑똑하고 빠르게 드론을 조종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우승자가 '알파 파일럿'이라는 호칭과 함께 상금을 받는다. 드론이 운행할 코스를 미리 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에 인간이 절대 개입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다. 우승자는 세계 최대 드론 레이싱 대회인 '알리안츠 월드 챔피언십' 승자와 '인간 대 기계'의 승부를 벌이게 된다. 올해 3월 초 신청이 마감되는 AI드론 레이싱 대회에는 이미 전 세계 300여개 팀이 등록을 마쳤다.

선진국은 정부와 민간이 글로벌 경진대회를 통해 전세계 인재를 끌어 모으고 새로운 기술생태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4차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고사하고 이해집단의 반발에 묶여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카풀서비스와 복잡한 규제 때문에 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드론 산업을 보면 글로벌 경진대회로 쭉쭉 뻗어나가는 선진국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