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
![[기고] 규제샌드박스, 부처간 협력이 관건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3/2019030802102369032001[1].jpg "[기고] 규제샌드박스, 부처간 협력이 관건이다")
기존 규제가 새로운 ICT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ICT 산업에 적용하기 어렵거나 또는 적용할 규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을 이용한 융·복합 신산업에 대한 여러 규제의 중복적용 및 부처간 협업 미흡으로 규제개선이 지연되는 등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 상황을 일괄적인 법령 개선으로 신산업·신기술의 발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변화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데, 근거 법령의 확인 및 개선방안의 마련, 개정 절차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의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규제 샌드박스'이다. 영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또는 제품을 대상으로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하에 규제를 일부 면제하거나 혹은 유예함으로써 테스트를 허용하는 제도로서, '선(先)허용 후(後)규제'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서비스의 신속한 사업화와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점과 임시사업 또는 테스트를 통해 정교한 규제설계가 가능하게 하는 유용성을 지닌다. 또 규제 샌드박스는 시장의 요구와 필요성에 근거하여 규제를 유예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바텀업 방식이므로 각각의 부처가 주도하여 소관규제를 중심으로 입법방식을 개선하는 톱다운 방식의 규제혁신을 보완하게 한다. 또,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사업화와 테스트 속에서 사후관리가 진행되어 포괄적 네거티브 체계에서의 우선적 규제법령 완화에 대한 우려도 해소시킨다.
즉,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불합리한 규제문제의 개선을 신속하게 결정함으로써 혁신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범적용기간을 통해 규제개선안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규제혁신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 기대감 속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신청한 과제를 심의하는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민간위원으로서 신산업 규제혁신을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신기술 서비스가 가지는 혁신성과 잠재성, 국민편익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기업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규제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한 ICT 정보통신 융합기술 분야의 규제혁신은 해당 기술과 관련된 하나의 부처가 노력한다고 성과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규제체계는 형성과 개선이 개별 규제와 소관 부처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 실제 규제의 형성과 집행과정을 살펴보면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수적인 '다부처규제'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규제혁신의 성과는 오로지 해당 소관 부처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소관 부처중심의 규제관리체계에서 벗어나 해당 규제와 관련되는 모든 부처가 소관 업무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부처간 협업이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관련 부처 간 원만한 합의와 적극적 협조를 통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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