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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GM만 믿었는데” 군산의 눈물

번화했던 오식도동·중앙로 '몰락'
GM폐쇄 후 매출 3분의 1로 '뚝'
대로변 상가 모조리 문닫은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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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GM만 믿었는데” 군산의 눈물
군산시 중앙로 일대


[연중기획]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GM만 믿었는데” 군산의 눈물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대기업 의존 풀뿌리상권 붕괴 '군산의 눈물'


공장이 문을 닫았다.

사람도 빠져나갔다.

그런 군산에는 적막만 남았다.

지난달 22일 찾은 군산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지구 종말을 그린 영화의 도시 속 같았다. 금요일 점심 시간이었지만, 상가는 문을 닫았고, 휑한 도로 주변엔 빈 종이만 날아 다녔다. 길 고양이 한 마리 찾기 힘들었다.

"이 곳이 가장 번화했던 오식도동이라니…,"

가슴마저 먹먹해지며 절로 한숨이 터졌다. 군산은 말 그대로 '종말의 도시'였다. 오식도동은 한국GM 군산공장, 현대중 군산조선소를 양 옆에 끼고 있는 지역이다.

불과 2년 전 오식도동은 하루 유동인구만 수만에 달했다. 본래 군산시는 전라북도에서 전주·익산에 이어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시민이 27만2645명이다.

오식도동은 그런 군산의 최고 번화가였다.

하지만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의 연쇄 타격에 몰락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사람이 빠져나갔다. 군산시의 인구 감소 여파는 각종 경제 지표의 악화로 드러나고 있다. 군산국가산업단지의 생산액은 2015년 8조5539억원이었지만, 2018년 말 2조3615억원으로 급감했고, 피고용자수도 같은 기간 1만5658명에서 9585명으로 감소했다.

몰락의 고통은 남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골목, 풀뿌리 상권이 몰락하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2018년 4분기 25.1%에 달해 전국평균(5.3%)의 약 5배에 달했고, 요식업의 휴·폐업신고 건수는 올해 3월 기준으로 2015년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오식도동 일대에는 이런 수치들이 현실 속에 녹아 일그러져 있다. 주택단지 대로변의 한 상가는 5층 건물로 인근 상가 건물 중 가장 높고 규모도 가장 컸지만, 금요일 점심시간인데도 개점한 상점이 없었다.

대로 쪽 1층 상점은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치킨집, 고기집, 미용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간판만 걸어놓은 채 영업을 하지 않은지 오래돼 보였고, 프랜차이즈 호프집 한 곳만 문을 열어놓았다. 호프집 사장 김모(47)씨는 "조선소, 한국GM이 폐쇄되기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폐쇄 전에는 평일 매출이 60만원 선, 주말은 평일의 1.5~2배였는데 지금은 20만원도 올리기 어렵다. 직원을 한 명 쓰는데 전기세·난방비 등을 따지면 월세(120만원)을 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매출이 줄었지만, 월세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전과 같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겨울 석 달간 임시 휴업을 했다. 매출이 거의 없으니 월세만 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에서다.

신도심은 사정이 좀 나을까 싶었지만 기대에 불과했다. 신시가지 수송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개발지구인데도 빈상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여성복을 파는 상점의 직원에게 저녁 때는 거리가 붐비냐고 물어보니 "저녁이 돼야 사람들이 좀 다니지만, 점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구도심의 상황은 신도심보다 심각했다.

의류 상점이 집중돼 '군산의 명동'이라는 별칭이 붙은 중앙동 영동의 상권은 몰락 직전이었다.

영동은 신도심(수송동)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의 매장, 특히 유명 의류업체나 브랜드가 수송동으로 매장을 옮겨 상권이 무너진 지역이다. 큰 길 뒤 골목으로 들어서자 수십 채의 2층짜리 상가 건물이 보도 양 옆으로 늘어서 있었는데, 건물 1채 건너 1채는 비어 있었다. 금요일 오후였지만, 약 20분 동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여학생 3명을 본 것이 전부였다. 빈 상점의 통유리에는 어김없이 임대 안내판이 걸려 있었는데, '권리금 무(無)'라고 쓰인 안내판도 볼 수 있었다.

영동에서 7년 째 속옷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고연주(42)씨는 "조선소나 한국GM이 폐쇄되기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이 됐다.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주지 않는 상점은 다 나갔다. 남아있는 곳은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줬거나 상점주가 건물주인 경우 이외엔 없다. 저도 건물주가 월세를 3분의 1로 깎아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김(56)모씨는 "수송동으로 매장들이 이전하면서 침체됐는데 작년 4월 롯데몰이 (수송동에) 들어서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그런데도 공시지가를 떨어뜨려주지 않아 세금혜택도 받지 못한다. 저는 매장을 임대한 게 아니라 자가인데 완전히 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군산시청과 구도심 상인들이 상권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조금씩 성과도 나타나는 곳도 있었다. 구도심, 구 군산역사 앞에 위치한 공설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공설시장은 올해로 개설된지 101년째를 맞는 군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2012년 마트형 외관을 갖춘 현대식 건물로 재개장했다. 건물 내에는 여느 대형 마트처럼 주차장, 에스컬레이터, 식당가가 들어서 있었는데,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더해 공설시장 내 2층에 청년몰(물랑루즈)을 개장하면서 서서히 손님이 늘고 있어 상권 활성화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었다.

2017년 개장한 청년몰은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2012년 개장)을 벤치마킹했다. 현재 11개 점포가 운영 중인데 군산시청은 개장 이후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마케팅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등 개장 이후에도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지양 청년몰지원사업단장은 "청년몰에 20개 상점이 들어올 수 있는데 청년몰이 활성화돼 전통시장 전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 단장은 "대개 신도심으로 유동인구가 몰리는 데 여기 구도심에도 청년몰이 개장하면서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상권을 살려보고자 군산시가 땅을 매입해 현대식 건물을 올린 것이 지금의 공설시장인데, 인근에 숙박시설, 테마파크가 갖춰지면서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설시장과 맞닿아 있는 역전종합시장은 대조적이었다. 역전종합시장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는데 시장을 찾는 손님도 공설시장에 비해 턱없이 적어 한산했다. 역전종합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추온순(67)씨는 "공설시장에 손님을 많이 뺏기고 있다. 환경 개선사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하던 추씨는 오히려 30·40대 청년들을 걱정했다.

"미래세대가 더 걱정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한국GM 등)공장, 조선소 덕을 봤지만 청년들은 기댈 곳이 없어요. 청년들이 더 막막할 겁니다."

군산=이호승·임재섭기자 yos547@dt.co.kr

사진 = 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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