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전자파 유해론은 `엉터리 괴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 입력: 2019-02-25 18:20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덕환 칼럼] 전자파 유해론은 `엉터리 괴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정부가 엉터리 전자파 차단 제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많은 소비자들을 오존과 방사선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던 정부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자파 차단 제품은 대부분 아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건강을 해친다는 엉터리 전자파 유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언론도 협조해야 하지만 소비자가 정신을 차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자파 유해론은 '뉴요커'라는 타블로이드의 기자였던 폴 브로더가 1987년에 처음 만들어낸 괴담이다. 운전 중에 미국 연방정부의 정보기관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를 보았던 그는 느닷없이 마이크로파가 원숭이 등 영장류의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엉터리 기사를 썼다. 전자파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기자의 순진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담이었다. 과학 상식이 부족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일에 성공한 그는 생활환경에서 측정되는 초저주파(ELF)를 비롯한 모든 전자파가 위험하다는 선정적인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폴 브로더의 전자파 유해론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1992년 어느 재미동포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도 전해졌다. 결국 불안에 떨게 된 소비자들을 위해 미국 정부가 250억달러를 투입해서 과학적 검증에 나섰다. 물론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찾지 못했다. 미국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영국·프랑스·일본 정부도 엄청난 예산을 낭비했고, 우리 정부도 2006년에 100억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파 유해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엉터리 괴담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엉터리 괴담으로 전 세계의 소비자를 괜한 불안에 떨게 만들고,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도록 만들었던 장본인인 폴 브로더는 책과 강연을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은퇴 후에는 미국 남부의 휴양지에서 넉넉하고 호화로운 노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자파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주장도 섣부른 것이다. IARC가 통계적으로 인체 발암성을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의 '2B군'(인체발암추정)으로 분류한 초저주파(ELF)를 무작정 발암물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10년 동안 하루 30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뇌에 신경교종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는 역학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한 과학적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공연히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사실 매일 장시간 휴대폰 통화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전자파보다 건강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실증 실험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전자파 차단 필터는 대부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엉터리 제품이다. 숯과 선인장이 전자파를 차단해준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엉터리 정보다. 엉터리 괴담으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공포 마케팅은 확실하게 거부해야 한다.

교류를 사용하는 전깃줄이나 가전제품에서 초저주파(ELF)가 방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생산·유통되는 가전제품은 모두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정해놓은 전자파 기준이 적용된다. 전자파는 거리에 따라 빠르게 줄어든다는 사실도 엉터리 괴담을 물리치기 위해 유용한 과학 상식이다.

과학보다 4대강을 밀어붙였다가 망신을 당하고, 전자파 유해론으로 재기를 꿈꾸는 환경공학자도 경계해야 한다. '방사선'과 '복사'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어설픈 전문성으로 정체조차 불확실한 미국의 시민단체가 내놓은 전자파 유해론의 홍보물을 어설프게 번역해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전문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