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ITER기술총괄 사무차장
"'넥스트 KSTAR'전략 수립해야"
"'넥스트 KSTAR'전략 수립해야"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STAR(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실험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내외 핵융합 전문가들은 2050년 전후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실증로(데모) 건설을 거쳐 금세기 중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면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을 지낸 후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이경수 ITER 국제기구 기술총괄 사무차장(사진)은 특히 "한국이 핵융합 시대를 주도하려면 전략적 인재 육성과 함께 '넥스트 KSTAR' 전략을 지금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인공태양' KSTAR는 작년 하반기 진행된 실험에서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을 1.5초간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종 목표는 1억도 이상을 300초간 유지하는 것이다. 도너츠 모양 토카막 방식과 초전도체를 채택한 KSTAR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핵융합연구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이온온도 1억도 이상에서 플라즈마 운전에 성공한 초전도 핵융합장치는 세계적으로 KSTAR가 유일하다.
스티븐 코울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스마연구소(PPPL) 소장은 "1억도는 플라즈마 물리연구에서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로 나아가는 관문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토니 도네 유로퓨전 프로그램매니저는 "앞으로 KSTAR를 장시간 운전하면서 핵융합이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눈은 2025년 가동을 앞둔 ITER에 쏠려 있다.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인도·러시아 등 7개국이 프랑스에 공동 건설 중인 ITER가 2025년 첫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2035년께 핵융합에너지를 본격적으로 만들면 핵융합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같은 초전도 토카막 방식 장치인 KSTAR 건설·운영경험이 있는 국내 전문가 34명이 ITER 현장에서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ITER 기술전략을 이끄는 이경수 사무차장은 "중국의 경우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와 함께 핵융합에너지가 기저전력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시진핑 주석부터 이해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KSTAR 운영경험과 중공업 산업경쟁력에서 앞선 우리가 입지를 이어가려면 지금부터 인력양성과 KSTAR 업그레이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ER 2025년 가동 후 2037~38년 목표성능에 도달할 때까지 국내 KSTAR 경험 인력들이 대거 ITER 현장으로 투입될 전망인 만큼 대체할 인력을 지금부터 키워서 KSTAR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무차장은 "ITER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KSTAR는 상용화 전 단계인 실증로 건설에 대비해 보다 진화한 핵융합연구장치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면서 "현재 ITER에 가 있는 KSTAR 핵심 인력들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KSTAR 업그레이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STAR는 외부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내부 구조를 뜯어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새로 짓는 것보다 투자비를 훨씬 줄일 수 있다.
이 사무차장은 "ITER가 투입 연료의 10배 에너지를 생산하는 목표성능을 달성하면 세계적으로 핵융합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실증로 투자 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가동에 의의를 두고 저효율 구조로 만들어진 ITER와 달리 훨씬 상용화에 근접한 KSTAR가 준비돼 있다면 한국이 다시 한번 세계 핵융합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융합은 이제 구석기를 지나 신석기 시대를 열었고 금세기 중에 반드시 상용화될 것"이라면서 "인류가 지구 자원을 다 쓴 후 다음 밀레니엄에도 에너지와 물, 지금 같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이 핵융합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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