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화웨이, 산업 관점으로만 봐선 안 된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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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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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화웨이, 산업 관점으로만 봐선 안 된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근 정부가 인터넷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하여 SNI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서 인터넷 검열논란이 한창이다. 기술의 효과를 넘어서 인권과 기본권이 논제가 되어 사회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 때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터넷 검열 사례는 중국의 '황금방패' 시스템이다. 황금방패란 중국 공산당이 실시하는 자국민 정보 검열 시스템이며, 여기서 시행하는 검열 및 감시 시스템을 만리장성에 빗대어 '만리방화벽' 이라고도 부른다. 만리방화벽을 구축하는데는 화웨이와 ZTE 라는 중국 최대의 두 통신장비 회사가 참여해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와 ZTE 등 관련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한몸이 되어 최대의 협조관계 속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화웨이 사태로 언급되는 중국 특유의 IT기업의 성장과 그 역할을 보면 우리의 입장에서 단순히 산업 관점, 무역 관점에서만 이 이슈를 다루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2018년 12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청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첫째 부인의 딸이며 그녀의 외조부는 쓰촨성 부주석을 역임한 멍둥보(孟東波)이다. 화웨이는 창업자가 중국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중국 군부의 배려로 성장했다. 초기에 지방정부 납품을 시작하는데 장인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중국 산업 문화에서 '?시'가 거래의 핵심 요소임을 고려할 때 당연히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배경 아래 화웨이는 초기에 중국 국가안전부 혹은 인민해방군 사이버부대와의 협업으로 세계 유수의 통신사 기술을 절도하거나 해킹한 것으로 추정된다. 훔친 기술을 통해 연구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고, 2005년 수출시장이 내수 매출을 넘어서기 전까지 중국 내에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구가하였다. 이후 이동통신 장비 영역에서 2012년 에릭슨을 누르고 최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고 2016년에는 에릭슨 매출의 2배 규모에 이르렀다.

화웨이가 우리에게 이슈가 되었던 것은 2013년에 LG U+의 LTE 장비를 납품하게 되면서부터이다. 화웨이는 기존 장비 중 화웨이 장비와 호환되지 않을 경우 기존 쓰던 장비를 화웨이의 장비로 무상 교체를 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이를 수용한 LG U+는 수도권 및 강원도 지역에 보안 우려를 제기한 주한미군 기지 근처는 제외하고 화웨이 장비로 LTE 무선망을 구축하였다. 이는 미국 동맹국가의 대형 통신사업자 중에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한편 화웨이의 사업 전략은 초기에는 저가로 가격을 낮추어 전체 플랫폼을 장악한 이후에 장비 유지보수 계약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고, 계약에도 없던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여 초기에는 30~40% 저렴하게 시장에 진입을 한 후에 점차 금액을 올려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행태가 알려지게 되면서 싼 가격에 도입시키고 유지보수 비용으로 문제가 되는 화웨이 상술이 문제가 되어 결국 SKT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입찰에 배제했고, KT 역시 화웨이를 사실상 입찰 대상에 제외하는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은 화웨이와 ZTE를 조사한 후 이 회사들이 중국군 사이버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 회사들의 통신 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대한 안보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이들 장비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서방 주요국의 군과 정부 영역에서는 이들 장비를 배제하고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 사태로 대표되는 이 이슈의 전개 과정을 보면 기술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국가 간 사이버 패권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라는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방 국가의 통신 기술은 ITU 또는 ISO 로 대표되는 표준화 기구가 과정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고 검증하며 공개함으로써 모든 참여 국가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어 통신 인프라의 안전성을 구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서방 통신업체들은 다른 통신업체와의 협업을 위한 상호운영성을 중시하고 공동의 이익 증진과 가치 공유라는 글로벌 기업의 품격에 맞는 공동체로서의 기업가 정신을 통해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를 무기로 기존 시장의 틀을 무너뜨리고 양자간 무역 이슈를 발판으로 상대국의 통신 인프라를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국방·공공·금융·의료· 교육 분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산업적 관점에서의 논의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우리 내부의 정책 담당자 간에 협업을 통한 가이드라인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멘붕을 안겨준 정부의 SNI 차단 정책에 대한 이슈가 인터넷 검열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가운데 주로 언급되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사례는 중국 내에 한정해 볼 경우 국가와 산업이 협업을 잘 이끌어 간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행태와 역할은 매우 다르며 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기술의 적용과 산업 진흥에 대하여 정책을 적용할 때 고려하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 이해 당사자가 표출하는 민원의 양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터전을 소리 없이 관리 및 운영하고 있는 국가 안보의 측면과 국익의 측면에서도 균형감을 가지고 바라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 분야의 최적화된 작은 이익이 전체 이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음을 모든 의사결정에서 고려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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