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사물인터넷(IoT)과 자동차 등의 수요를 앞세워 오는 2022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선견지명을 증명하는 내용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발간한 '세계 200㎜ 팹 전망 보고서'에서 모바일 뿐 아니라 IoT와 자동차 등의 강력한 수요로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200㎜ 웨이퍼 생산이 70만장(14%) 늘어난 월 650만장에 이를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200㎜ 웨이퍼는 소량 다품종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에 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많이 쓰인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주로 300㎜ 웨이퍼가 쓰이고 있다.
SEMI는 이 기간 동안 미세전자기계 시스템(MEMS)와 센서기기 분야의 웨이퍼 출하량이 25%, 전력반도체 분야가 23%,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18%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EMI 측은 "업계 전반에 걸쳐 메모리 등 첨단 장치에 대한 투자계획이 변경되면서 2019년 반도체 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도 "200㎜ 웨이퍼를 사용하는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는 견고할 것으로 보여, 관련 신규 팹 건설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17명과의 간담회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6조원 이상을 투자해 화성에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전용 라인을 올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라인은 7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으로 가동하고, D램 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퀄컴에 이어 IBM의 CPU(중앙처리장치) 생산을 수주하는 등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아울러 일부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주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큰 이익을 거두진 못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본격적인 수주 확대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중국에 파운드리 합작사를 세우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2017년 기준 세계 2위였던 글로벌파운드리(GF)의 매각설에 주목하고 있다. GF의 경우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한 데 이어 7나노 공정을 포기하는 등 사업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만약 GF의 매각이 현실로 될 경우 관련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