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포럼] 해외자원개발, 인재 양성에 달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2602102369640001[1].jpg "[포럼] 해외자원개발, 인재 양성에 달렸다")
필자가 10여 년 전 캐나다의 석유회사에 근무 할 때의 상황이다. 지금은 하루 6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광구이지만 그 당시에는 개발 단계의 사업을 추진하는 팀에서 석유공학자로 일하고 있었다. 팀 구성은 석유공학 전공의 매니저 1명, 지질 및 지구물리 담당자 2명, 석유공학자 2명, 시추공학자 1 명으로 총 6명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회계와 계약 및 생산 설비 분야 전문가들은 회사차원의 조직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었고 내게는 석유공학 전공의 대학 4학년 인턴 1명이 배정되어 있었다. 참고로 이 회사의 규모는 생산량 기준으로 현재 일산 3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정도의 크기다.
지금 소개한 것은 간단하지만 에너지자원에 관한 모든 사실이 설명되기도 한다. 이 광구는 추정 가채 매장량이 37억 배럴 규모이고 향후 50년간 매일 20만 배럴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05년경에 개발을 검토하고 2010년에 생산설비 건설을 시작하여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여 201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였다. 회사가 이 광구의 생산설비에 투자한 비용은 2조 원이 넘는다. 우리가 아는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인, 장기적이고 초기투자비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한 사업치고는 담당하는 핵심인력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주 용역을 통해 대부분의 일이 추진하는 점도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담당하는 사람의 개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 준비를 위해 총 6명이 일을 맡아서 하고 이 사업에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만큼 석유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 개개인이 사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른 사업에 비교해 무척 크며 이는 북미지역에서 다른 산업분야와 비교하여 자원개발 분야 종사자의 임금이 30% 이상 높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사업 추진에 대한 종사자들의 의사 결정이 향후 십년 넘는 오랜 기간에 걸쳐 타나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얼마나 겁나는 일이며 한편으로 잘 양성된 똘똘한 인력 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회사 차원에서 대학 3~4학년의 인턴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일을 잘 할 수는 없지만 학생 때부터 회사에서 충분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적극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도 공대 내에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총 18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쳐야 졸업이 되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어 4년이 아닌 5년 동안 학교에 다니게 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의 교육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회사에서 멘토링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이런 제도는 자국 내 부존하는 에너지자원이 많고 이에 따른 에너지자원 산업이 자국 내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부존하는 자원도 별로 없고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만큼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중요하며 그 근본에는 실력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그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양성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학교의 인력양성은 외부의 지원 없이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가 없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에너지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원개발 인력은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10년 전 시작된 자원개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어려움 속에서도 내실 있는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해 꾸준히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기업의 무모한 투자와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이 없어 자원개발 사업이 축소되고 있어 어렵게 양성된 전문 인력이 기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어렵더라도 외국의 자원개발회사처럼 꾸준히 일정규모의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미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에너지자원 공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인력을 배출하기까지는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향후 필요 시 실력을 갖춘 인력을 제때 공급하는 일은 어려워진다. 이는 단지 인력부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자원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제대로 키워서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의 발판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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