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포럼] 노동개혁 없이 잠재성장률 반등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202102369640002[1].jpg "[포럼] 노동개혁 없이 잠재성장률 반등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해온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7년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12~2016년 연 평균 2.8%로 금융위기 이전 2000~2007년 5.4%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5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확장적 예산을 제출했지만, 기재부 예산 목표나 국회 최종 심의 과정 어디에서도 잠재성장률을 증대시키기 위한 논의는 없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미래 성장 전망을 보여 주는 잠재성장률은 그 나라 경제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8시간 가동함으로써 이루어 낼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온 가장 큰 원인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내외 경제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총요소생산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요소생산성이란 8시간 동안 이용된 노동, 자본, 원자재 이외에 생산에 기여한 요소들의 성과 지표이다. 노동생산성 하락, 혁신을 저해하는 지나친 규제와 그로 인한 공공혁신 미흡, 높은 갈등으로 인한 사회자본의 손실, 미흡한 지식 재산권 보호, 창의성을 간과한 교육 경쟁력 등이 모두 그 성과지표에 영향을 끼친다.
우선 한국경제에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는 큰 이유는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산업 취업 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성 노조와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노동 생산성이 더욱 악화되어 왔다.
규제는 기업의 본질적 활동과 관계 없는 거래비용을 발생시킴으로써, 기업의 비용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OECD 33 개국중 우리 나라 보다 규제가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 멕시코, 터키 뿐이다. 일례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소요되는 대규모 재원 마련에 부심하다 보니, 정작 4차 산업혁명에 연관된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 추진력을 잃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일관성 또한 부족하다. 실례로 지주회사 설립은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에는 자유였다가 금지 되었고, 외환위기 이후 1999년 개정으로 합법화 된다. 정책당국과 국회는 각종 규제들로 인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 및 노력을 얼마나 많이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사회갈등지수도 OECD 국가 가운데 종교 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 칠레 다음으로 한국이 3위다. 노사 갈등, 정치 갈등, 이념 갈등뿐 아니라 밀양 송전탑 설치, 제주 해군 기지 및 사드 설치 등에서 보듯, 갈등의 건수도 많고 내용도 격렬하다보니 그로 인해 연간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어느 국가에서나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사회적 갈등지수를 선진국인 G7 수준 또는 OECD 국가의 평균으로 낮출 경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각각 0.3%, 02% 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 지나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들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법과 제도의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신뢰와 평판으로 구성된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킴으로써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국회, 법원, 시민단체, 종교, 언론 및 학교도 예외없이 동참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하에서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중요한 경영자원을 증가시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겉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관세전쟁으로 보이지만, 실은 미국이 자국의 잠재성장의 원천이 되는 기술을 중국이 모방하거나 탈취해 자신들의 잠재성장을 높이겠다는 중국의 전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관전 포인트는 미·중 무역보복이 아니라 중국이 자국의 잠재성장율을 하락시키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고 어떤 것을 지키려고 하는가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하락일변도인 잠재성장률 추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 예산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튼튼하게 국민을 든든하게'가 기재부의 슬로건이다. 과연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경제가 우리에게 이런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