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디지털 救貧의 불편한 진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002102269640001[1].jpg "[논설실의 서가]디지털 救貧의 불편한 진실")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김영선 옮김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를 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개인의 궁핍을 해결하는 것은 그 끝이 없어 나라의 힘으로도 어찌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가난구제는 예로부터 국가나 위정자의 정치적 과제의 하나였다. 서구의 경우 영국에서 근대적 구빈(救貧)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 교회가 이를 담당해왔다. 이후 20세기 이전까지 민간과 지방단체가 공공부조 차원에서 구빈원(救貧院)을 활발히 설립 운영했다.
책은 이같은 구빈이 사회복지국가를 지향하는 21세기 현대에 과연 진화 발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된 복지시스템의 도입이 가난한 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유뱅크스는 구빈의 패러다임이 인간의 의사결정이 아닌,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전환하면서 다양한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시행된 디지털 구빈의 대표적인 사례인 인디애나주 복지적격심사 시스템과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인 통합 프로그램, 뉴욕의 앨러게니 카운티의 아동복지 모형 알고리즘을 상세히 분석,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디지털 구빈이 효율적 혁신에 따른 편익 확대가 아닌, 알고리즘 분석에 기반한 통제로 돌아오며 복지의 사각지대만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기계적 알고리즘의 판단으로 제외되거나 노숙 부랑아의 재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실증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인간의 권위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며 발생할 디지털 독재의 위험을 경고했다면, 유뱅크스는 실제 미국 내 복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구빈의 민낯을 보여주며, 디지털 구빈이 가져올 위험에 경종을 울린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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