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포럼] 신산업 고용은 국경이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0402102269640001[1].jpg "[포럼] 신산업 고용은 국경이 없다")
르완다라는 이름이 잘 알려진 것은 1994년 발생한 학살 사건, 즉 영화 '호텔 르완다'의 소재가 된 종족 간 살육 사건이다. 무려 백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끔찍한 역사를 가졌지만 오늘날 르완다는 단연코 아프리카를 선도하는 국가이다.
2000년 집권 이후 18년째 국가를 이끌고 있는 폴 카가메 대통령은 강력한 시장주의적 개혁을 단행하면서 르완다를 대륙의 경제적 모범 국가로 성장시켰다.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사용하고, 개혁을 주도하는 강력한 개발 정책을 실행하면서 르완다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연 7%로 아프리카 최고 수준이다. 현재 카가메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국제기구인 아프리카 연합의 의장을 맡고 있다.
대다수가 농업과 저부가가가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이렇다할 산업 기반이 없는 르완다이지만 폴 카가메 대통령의 목표는 단호하다. "큰 것을 생각하라(Think Big)". 이들이 가장 크게 자신감을 갖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청년 인구 비중이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24세 이하 청년으로, 르완다 국민들은 이들이 미래의 자원이라고 믿고 있다. 청년부(Ministry of Youth) 장관인 로즈마리(Rosemary) 여사는 르완다 청년정책의 목표를 HAPPI와 RISE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건강하고(health), 적극적으로 참여하고(Attitude), 생산성이 높고(Productivity), 애국심이 투철하고(Patriotism), 혁신적(Innovation)인 청년이 르완다의 희망이고, 이들이 성과지향적으로(Result-oriented), 책임감 있게(Integrity), 절박하게(Sense of urgency), 최고의 결과(Excellency)를 산출하는 데서 르완다의 미래가 바뀐다고 설명한다.
RISE의 S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빨리빨리"를 인용하지만, E를 인용할 때는 최고를 지향한다는 포부, 즉 지금의 벤치마크 국가들도 뛰어 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르완다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정보통신산업(ICT)에 기반한 질 좋은 일자리(decent job)이다. 단순노동직은 월 백 달러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국가지만,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경제발전에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다. 질 좋은 일자리만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압도적 부존자원, 즉 젊은 노동력의 가치를 극대화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은행은 부족하지만 엠페사(M-PESA)라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입출금과 결제를 자유롭게 하고, 정부 기능은 아직 많은 것을 비정부기구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자정부 구축에 애쓰고 있는 것이 지금 르완다의 풍경이다. 더욱이 정부의 공무원은 대부분 계약직이며, 늘 성과평가를 받는다. 성과가 부진하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국가 발전 전략으로 "클린 정부"를 주창하며 효율적이고 개혁지향적인 행정을 약속하고 있다. 르완다의 부패지수는 우리보다도 우월하다. 수도 키갈리는 전 세계에서 수입한 중고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때문에 매캐한 냄새로 가득하지만 그조차 성장의 냄새이다. 만일 이 나라가 전기차를 운송수단으로 삼는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할지 모를 일이다. 창업자들이 모인 수도 키갈리의 오픈 포럼에서는 '르완다에서 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법'이 강연의 주제이다.
질 좋은 일자리는 반드시 지금 성공한 국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전 세계가 시장이고 전 인류가 고객인 사업의 독점물이다. 일인당 국민소득 1000 달러도 되지 않는 나라가 ICT 기반의 질좋은 일자리를 꿈꾸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의 상품 수출이 오늘날에는 기술 수출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공장 등, 말의 성찬은 화려하지만 이렇다할 변화는 무색한 지금, 어쩌면 그들은 미래의 우리 시장도 이미 자기 것라고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도전이 쉬운 것이고, 발목을 잡는 기득권이나 보호해야 할 이해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질 좋은 일자리는 이미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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