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생명 구하는 기적의 콜레스테롤藥](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602102269660002[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생명 구하는 기적의 콜레스테롤藥")
심장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콜레스테롤 증가다. 경제 발전에 따라 상온에서 고체인 고기 기름에 많은 포화지방산이나 마가린이나 열을 가한 기름에 많은 트랜스지방산의 섭취가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간에서 콜레스테롤도의 합성도 증가하게 된다. 이 때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LDL이 주로 증가하는데 이 LDL은 혈관벽에 흡수되어 혈관을 좁아지게 하는 동맥경화를 유발하며 궁극적으로는 혈관을 막히게 한다. 이 때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면 협심증이 발생한 것이고 뇌 혈관이면 뇌경색이 발생했다고 하게 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1970년대에 등푸른 생선에 많은 오메가3가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후에 연구가 계속되면서 심장병 예방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빠르게 걷거나 등산을 하는 등의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할 경우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HDL이 증가하는데 이 HDL은 동맥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주기 때문에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충분한 운동을 하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가장 좋은 예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제약사 연구원 한 명이 1966년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어렸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했던 가난한 연구원 엔도는 미국에 도착해서 비만인 사람이 많은 것과 스테이크를 먹는 문화에 크게 놀랐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은 비싼 고기를 소량만 먹었고 엔도 역시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물론 본적 조차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심장병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 후 일본으로 돌아온 엔도 박사는 곰팡이 중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연구 자체를 막지는 않았지만 지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1971년부터 6년간 무려 6392 종의 곰팡이와 균을 집요하게 분석한 엔도는 드디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발표하자 외국의 M사가 공동연구를 제안했고 당시만 해도 세계 시장에 경험이 없던 샨쿄사는 M사가 요구하는 모든 자료와 샘플을 제공했다. 그리고 M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유도체를 먼저 특허 등록하여 평범한 제약회사에서 세계적인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후 여러 회사에서 이 약을 부분적으로 변형시킨 신약들을 개발하였는데 이 신약들이 모두 스타틴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타틴 계열이라고 불려지게 됐다. 스타틴 계열의 약들은 콜레스테롤을 강력히 낮출 뿐 아니라 관상동맥을 보호하여 협심증을 예방함으로써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33% 이상 낮춘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50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전체 성인의 10%에 이르며 6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는 무려 25%에 달한다. 즉, 미국에서만 스타틴을 복용하는 사람이 2000만 명에 달하며 실제 스타틴이 필요한 사람은 두 배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환자에게 스타틴을 투여해도 협심증 발생 비율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와 영국에서는 일반 수퍼마켓에서 의사 처방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하였다.
스타틴 계열의 약들은 아주 드물게 간 수치를 올리거나 횡문근 용해와 같은 부작용이 없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분류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많은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지만 보조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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