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수 국방전산정보원장
![[기고] 수작업 의존 국방정보화 갈 길 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1902102369640001[1].jpg "[기고] 수작업 의존 국방정보화 갈 길 멀다")
이들을 원대복귀 시키는 대신 연구원 5명을 추가로 뽑을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센터가 살아 나갈 길이라고 판단했다. 연구기관 차원에서는 새로 증액이 발생하여 다른 중요 사업 예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풍선효과를 거론하며 모두가 냉소적이다. 부처에서 예산이 마감된 시점이라 여러 가지 설명 자료를 만들어 기재부로 직접 뛰어 다녔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어머니라는 말이 여기에도 통하는 것일까. 다음 해에는 국방부 예산담당자를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해 나갔다. 동시에 연구기관 전체 예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움직였다. 그리고 아직 본격적인 예산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기획재정부를 찾았다. 연구기관 예산을 담당하는 주무관은 다른 예산도 아니고 인건비는 경직성 경비로 한번 반영하면 계속 올라가는 예산 이라며 설명할 새도 없이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몇 차례 찾아가서 대기하고 다시 설명하고 거절이 반복되는 가운데 담당자가 없는 상태에서 바로 옆에 있던 과장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왔다.
짧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일사천리로 사업의 목적과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그 동안 연구센터가 수행한 연구실적과 사병을 대체한 후 앞으로의 성과계획을 다음 날까지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떨어졌다. 이러한 험난한 과정을 거쳐 확보한 사업직 연구원 5명 증원 예산 3.5억여 원 정도가 국방정보화 정책과 제도 발전의 작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우리 조직이 국방정보화 사업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임무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국방정보시스템 구축이나 운영유지를 위한 예산이 대부분이다. 이 예산의 집행을 통해 국방재정정보시스템, 동원정보시스템, 군수물자 및 탄약정보시스템 등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물론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예산도 포함된다. 정보화 예산의 덕분으로 각 업무 영역은 더욱 효율화되고 자동화돼 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보화 업무를 본업으로 하는 부서나 조직도 정보화 예산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보화의 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IS), 시험평가를 지원할 수 있는 정적시험 및 동적시험 도구, 신기술 적용 전에 선행적으로 검증하고 응용해 볼 수 있는 테스베드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사업관리를 기술적 관리적으로 보좌 받을 수 있는 PMO, 사용자 상담과 지원을 위한 콜센터 구축 등에 요구되는 예산이 절실하다. 첨단 ICT·SW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니 당연히 첨단 환경에서 일하리라는 예상은 기대를 저버린다. 여전히 수작업 위주의 노동집약적 관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고 내게 큰 숙제이다.
정부의 예산은 보통 전년 대비 증감을 고려하여 예산을 편성한다. 따라서 개별 기관 입장에서 전년에 없던 신규 사업을 반영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다. 중기계획에 반영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기관의 핵심 임무기능에 해당하는 정보화 업무를 선진화 환경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공을 들였건만 올해도 빈손이 될 것 같다. 예산은 간절함이라 했거늘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했나 보다. 모든 사업이 최초에는 무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냐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공공 ICT 지원 서비스 영역에서 예산 없이 맨 손으로 뭔가를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내년을 기약해 보려한다.
끝으로 당시의 국방예산과장께 그 예산의 뿌리가 잘 자라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국방정보화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신하여 늦게나마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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