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포럼] 양자 암호통신 국제표준, 한국이 주도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1402102369640001[1].jpg "[포럼] 양자 암호통신 국제표준, 한국이 주도해야")
암호체계는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해독이 가능한 계산적 복잡도에 안전성을 두고 있는 암호 체계와, 무조건적으로 안전한 암호 체계로 구분된다. RSA 암호 체계를 포함해 현재 인터넷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부분의 암호 체계는 전자에 속한다. 공개키 암호 체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자 암호체계는 무조건적으로 안전하다.
양자 컴퓨터의 출현으로 위의 수학적 난제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수학적 난제가 풀리면 위의 2가지 수학적 난제에 안전성을 의존하고 있는 RSA를 포함한 많은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정보 통신 시스템의 안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은 당장은 아니지만 현재 인터넷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많은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이 양자 컴퓨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는 현재 암호화된 통신 채널에서 이용되는 정보가 도청될 수 있고, 전달받은 정보의 무결성도 보장할 수 없으며, 인터넷 상에서 원격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용자를 인증할 수 없게 될 수 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가 나타나더라도 저장 및 보관되는 정보를 안전하게 만드는 양자 암호 체계와 사용자(entity) 간에 전달되는 정보를 안전하게 만드는 양자 암호 통신 체계가 필요하다. 이중 양자 암호 통신은 전송 구간에서 도·감청이 불가능해 차세대 보안 통신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그 응용 분야는 통신 기간통신망은 물론 외교, 행정, 국방, 금융, 의료 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주요 시장 조사 기관의 예측에 의하면, 세계 양자 암호 통신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 4,000억, 2025년 26조 9,000억원, 2030년 34 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향후 매우 큰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주요 통신사인 SK 텔레콤 등을 비롯한 많은 통신 사업자도 양자 암호 통신 시장 잠재력을 인정하고 많은 연구 개발과 핵심 장비 및 요소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양자 암호 통신 분야에서 양자 암호 통신 장비간의 상호 연동이 필수다. 예를 들어 A 회사의 장비와 B 회사의 장비는 서로 연결되어야 하며, 이 연결은 국제 표준에 근거해야 적절한 상호 연결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양자 보안 통신 분야의 국제 표준 개발이 필요하게 되었다.
필자가 의장으로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 통신 부문 (ITU-T) 연구그룹 (SG17)에서는 올해 9월 초 ST 텔레콤이 제안한 2건의 양자 암호 통신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키로 합의했다. 하나는 양자 난수 생성기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 키 분배 체계이다. 최종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 까지는 적어도 2년 정도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어도 국제표준화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진전이고 한국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한편 ITU-T SG17 회의에서는 양자암호통신을 전담할 연구과제(Question)의 신설도 논의되었다. 비록 이번 회의에서는 신설로 까지는 합의되지 않았지만, 전담 연구과제의 신설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7월 ITU-T SG13도 한국 케이티에 의해 제안된 양자 암호 통신에 네트워크 장비의 관리와 관련된 국제표준을 개발키로 합의했다.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양자 암호 통신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고려사항도 많다.
국내 표준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의 개발이 필수이다. 국제 표준이 완성되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표준화 그룹의 선정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국제 표준화 기구가 선택되어야 하며, 그 그룹에 적합한 표준화 주제의 선정도 매우 중요한다. 이런 측면에서 ITU-T SG17은 양자 암호 통신을 위한 적절한 표준화 그룹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 국내 기업간 이해 상충을 조정해야 하고 국제 표준화 추진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신설을 고려하고 있는 양자 암호통신을 전담할 ITU-T SG17 내에 신규 연구과제 설립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향후 신설될 경우 의장단 확보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ITU-T SG17 회의의 국내 유치도 고려되어야 한다. 국제 표준화 추진을 원하는 기업의 전략과 역할도 중요하다. 양자 암호 통신 시스템간의 연동성을 고려하여 전략적 표준화 항목을 선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의 설정과 우선순위의 부여가 절대 필요하다.
기업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어야 하며, 이들 전문가가 합당한 대우와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국제표준을 개발한 전문 인력에게 이에 합당한 지위와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양자 암호 등 신규 보안 국제표준을 주도할 표준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민간과 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이번 ITU-T SG17 회의에서 거둔 국내 기업이 주도한 2건의 표준 아이템 신설 합의는 산업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속인 국제 표준화 추진을 위한 환경의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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