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포럼] 정보전쟁,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1102102369640001[1].jpg "[포럼] 정보전쟁,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주옥 같은 명언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단연 명대사로 꼽힐 만한 것은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말이다.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생각해 보면 세상은 정말 그런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힘과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사랑, 영혼, 열정, 희생, 상상 등 정말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시대,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지도 모를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들이 이끌어가는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이끌던 산업화시대의 혁명과는 다르다. 산업사회에서는 물건을 소유하던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때그때 필요할 때 접속하고 이용하는 접속의 시대다.
물건과 상품 중심의 경제는 지식과 정보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가치의 중심은 유형의 가치에서 무형의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얼마 전, 신생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 뱅크의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춘 대형은행들에 비해 어깨를 견줄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지점 하나 없이 온라인상에서만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가상공간에 구축된 디지털 네트워크는 물리공간의 전국적인 지점망 이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최신 정보와 첨단 지식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항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정보력일 것이다. 매일매일 우리는 정보를 찾아다닌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정보를 찾아다니고 투자자들은 주식시세정보를, 취업준비생들은 일자리정보를 쫓아다닌다.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의 경쟁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더 빨리 더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들보다 빨리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정말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중에는 쓰레기 같은 정보들도 많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선별해내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산업화 시대가 공장 생산 중심의 굴뚝경제였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석탄, 석유 등 자연자원이 산업화의 원동력이었고, 지금은 데이터가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빅 데이터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이다.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가 데이터 기반의 기업들이다. 물리, 사이버, 바이오가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3D다. 바이오 과학·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DNA, 아날로그 보다 더 효율적인 디지털 그리고 정보, 지식의 원재료인 데이터를 말한다.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현실의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의 전부는 아니다. 데이터 경제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데이터가 보이는 물리 세상의 대부분을 지배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된 스마트 시티의 연결망,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사람들의 행동을 기록으로 축적한 빅 데이터 등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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