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美中 무역갈등 경제 冷戰으로 번질 수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2702102369640001[1].jpg "[시론] 美中 무역갈등 경제 冷戰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뿐 아니라 EU, 캐나다, 멕시코, 한국 등 동맹국 내지 우방국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미국에 대해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한 나라들이다. 중국의 경우 작년 대미 무역흑자는 무려 US5,050억 달러에 달했다. 해마다 지속되는 중국에 대한 적자 누적은 미국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은 무역전쟁을 여러 나라와 벌이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목표는 중국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제일 클 뿐 아니라 미국 첨단기술 산업의 지적소유권(知的所有權)을 훔쳐갔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게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첨단기술을 수입할 때 정부가 지원하는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해왔다. 따라서 관세 부과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이며 중국이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 겨래행위는 양국 간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경제적 동기 뿐 아니라 정치, 군사, 국제관계, 특히 대중(對中) 헤게모니 경쟁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동안 중국에서는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확대하는 숨은 동기는 무엇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 글로벌 강국으로 굴기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소비재 전반에 대해서도 보다 광범위하게 관세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부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미중간의 무역분쟁은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무역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에 대한 제재라기보다 앞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을 추월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을 관세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앞으로 오랜 기간 미국과 패권을 다투어야 할 상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몽(中國夢)을 꿈꾸는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야망을 세계에 공언하는 '중국제조(中國制造) 2025'를 발표해서 미국을 놀라게했다. 2025의 경제비전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중국의 경제발전이 미국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고 양국 간의 헤게머니 경쟁만 과열할 전망이다. 과거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원자제, 기계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조립 수출함으로써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 기술혁신이나, 정부 보조금을 통한 구매 또는 미국에서 훔쳐서라도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항공산업에서 반도체, 로봇트, 바이오 등 첨단기술 산업까지 기술을 자체해결하게 되면 미국의 고용, 기업 이익 및 기술의 글로벌 우위가 크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된다. '중국 제조 2025'가 성공할 경우 미국이 기술우위를 잃고 생산, 경제성장, 기술 등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루저(looser)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양국간 경쟁이 과열되면 경쟁은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미국이 최근 우주군(宇宙軍)을 창설하려는 움직임도 군비경쟁이 우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환율 조작이나 관세부과는 경제 냉전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미중 양국은 지난 세기에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이 몇 세대에 걸쳐서 세계제패를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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