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7일 종가 기준 운용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삼성그룹주 펀드 26개의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자금은 8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 총 4894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9159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각종 악재로 삼성그룹주 환매가 이어진 결과다. 편입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 탓이 가장 컸다. 삼상전자는 5월4일 액면분할 이후 5만1900원을 기록하던 주가가 이날 52주최저가인 4만3500원까지 16% 수직하락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발 반도체 '고점론'이 삼성전자를 덮치면서 주가도 고꾸라졌다. 여기다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금융 당국의 재감리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원인이다. 삼성바이오 주가는 지난 4월10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점(60만원)과 비교해 이날 현재까지 24% 떨어졌다. 이에 삼성그룹주펀드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99%를 기록했다. 전체 펀드 중 '한국투자퇴직연금삼성그룹40자 1(채혼)(C)'(0.03%) 한 곳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손실을 냈다.
그러나 삼성그룹주 주가가 빠질만큼 빠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최근 자금 순유출 규모도 크게 축소한 모습이다. 지난 4월 1120억원 규모의 순유출액은 5월 575억원, 6월 217억원, 7월 145억원, 이달 69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아직 이달 영업거래일이 10일 가량 남은 것을 감안해도 순유출 규모가 둔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는 데다 삼성그룹주펀드에 이렇다할 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그룹에서 3년간 180조원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한 영향도 긍정적이었다. 삼성그룹은 △AI(인공지능) △5G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을 4대 미래 성장사업을 핵심 테마로 규정하고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혜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삼성그룹주 또한 하반기 반등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삼성바이오에 대한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견조한 실적과 신사업 기대를 고려하면, 삼성그룹주펀드는 중장기 투자처로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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