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민주주의에 경도돼 국가지배구조 붕괴위험… 정치는 방관자"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입력: 2018-08-16 18:00
이규화 기자
이념가들이 공약 주동… 문 대통령, 시장·생태계 반격 직면
촛불세력에 대한 부채의식서 빨리 벗어나야 혁신성장도 가능
확고한 지지는 밥심, 즉 경제서 나와… 첫단추 풀고 다시껴야
확대 불균형 시정 칼 빼들고선 축소 불균형으로 가고 있어
북 절대 비핵화 안할 것… 교류협력 위험성 시급히 깨달아야
전방위 신외교시대… 가치·이익 균형 잡힌 나라끼리 뭉치길
촛불세력에 대한 부채의식서 빨리 벗어나야 혁신성장도 가능
확고한 지지는 밥심, 즉 경제서 나와… 첫단추 풀고 다시껴야
확대 불균형 시정 칼 빼들고선 축소 불균형으로 가고 있어
북 절대 비핵화 안할 것… 교류협력 위험성 시급히 깨달아야
전방위 신외교시대… 가치·이익 균형 잡힌 나라끼리 뭉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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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지금은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있는데, 시민들의 변화욕구를 에너지로 승화하지 못하고 진영간 갈등으로 허비하고 있다. 민중민주주의에 경도돼 국가 전체 지배구조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민중과 소셜액터(기업인 전문직업인 교사 등)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를 중재할 정치는 방관자가 돼버렸다. 민주시민사회로의 문명·문화창조의 적기를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창출의 기반이 됐던 '촛불' 세력, 노조세력, 환경단체들에 대한 부채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혁신성장은 부채의식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문 정부의 기반 세력이 이미 이익집단과 기득권 집단이 돼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대주주 의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국가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혁신성장으로 가야한다. 지금 산업경제 생태계 전반이 침하 중이다. '점'만을 보는 미시경제학적 관점에만 집착하지 말고 '면'을 공략하는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 GDP 1만 5천 달러 때나 3만 달러 때나 같은 주장을 하고 정책에 차별성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첫 단추를 잘못 꼈다. 처음 공약을 만들 때부터 전문가들보다 이념가들이 주동이 됐다. 지난 1년간 쏠림과 질주를 계속한 결과 시장의 반격, 생태계의 반란에 직면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다음 단추를 잘 낄 수가 없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니어(NEAR; 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 정덕구 이사장은 경제, 안보, 사회 문화적 과제가 산적해 있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면 난관을 뚫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한다. 정 이사장의 접근법은 '현상 대처'가 아니라 문화적 문명사적 뿌리를 찾아 근인을 분석하고 지정학 지경학적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다. 10여년간 니어재단(동북아연구재단)을 이끌면서 서울과 북경을 오가며 현장을 확인하고 석학들과 교류한 결과다. 그의 시각은 남다르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무릎을 딱 치게 만든다.
-민간 씽크탱크를 설립해 10여 년간 운영하며 우리 사회와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오셨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외자 도입 협상을 하면서 왜 위기가 닥쳐왔고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했다.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미국이 언제까지 보호막이 될 것인가. 독자 생존력을 갖춰야 하는데. 씨름판에서 샅바를 놓친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정치, 우리 국민의 DNA, 공동체의 통합 문제, 공동체와 개체와의 관계를 숙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동체와 개체간 이익상충이 심하다. 국가 이익과 나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떻게 정합적 결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때는 지금이 국가 발전의 맥시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국가 리더십이 잘 정립돼야 한다. 가정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간 관계가 잘 형성돼야 하는 것처럼 규범과 그에 대한 관계의 미학이 어떻게 형성돼야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진영간 갈등을 푸는 기제가 필요하다. 국가지배구조라는 것이 즉 국가 거버넌스, 의사결정 메카니즘이 부유하고 있다. 진영의 논리가 아닌 국가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는 번뇌를 한다."
-국가 리더십이 어떻게 잘못됐다고 보시는지.
"지난 10여년 동안 진보세력들은 진보하지 못했다. 정체돼 있다가 '촛볼' 힘으로 등장해 과거 노무현 매뉴얼을 쓰고 있다. 공직 생태계도 의회 생태계도 다 무너졌다. 미래가 안 보인다. 이걸 복원해야 하는 것이 정치리더십인데, 이건 없고 민중 리더십만 있다. 개인적으로 문 정부가 성공했으면 한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꼈다. 공약을 만들 때 전문가들보다는 극단적 이념가들이 주동이 됐다. 그래도 밀고 나간 것이 지난 1년이었다. 첫 단추를 풀고 다시 출발할 것이냐 아니냐는 기로에 있다.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을 위한 경제교사가 돼야 한다. 잘못 낀 단추에 대해 리뷰세션을 갖도록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김재익 수석을 잘 활용했다. 나중에 전 대통령은 경제학박사가 돼버렸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쉽다. 1년 동안 쏠림을 이제 제 자리로 갖다 놔야 한다."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합니까.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의 확대균형을 추구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확대불균형으로 귀결되었다.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시민혁명을 통해 시민의 문화적 문명사적 창조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지난 70여년의 궤적과 축적, 그리고 부유물 모두를 태워버리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적폐만을 골라서 서지컬 스트라이커 하기는 어렵다. 이로운 것, 문화문명사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도 섞여 다 타버리고 있다. 그 중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몇몇 사람이 만든 이념적 교조주의적인 공약을 밀어붙이다가 시장의 반격, 생태계의 반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이 있어야 가계가 살고 노동자 공급이 있어야 기업이 운영된다. 양질의 노동을 확보하려면 교육이 잘 돼야 한다. 기업하려면 자본과 기술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 전체가 생태계다. 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적 문제에 부딪혔다. 생태계 전체가 침하 중이다. 생성-성장-노화-소멸-재생성의 생태계 고리가 끊어졌다. 생태계에는 광합성 작용과 같은 생성작용과 분해과정이라는 소멸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가계 생태계, 노동 생태계, 산업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가계생태계의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침하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인구생태계까지 부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가계생태계가 무너졌는데 재정으로 자꾸만 돈을 부으려 하니 안 되는 것이다. 10년 동안 100조 이상의 인구대책비를 쏟아 부어도 합계 출산율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돈의 문제가 아니고 생태계의 변화, 사고체계의 문제인 것이다. 이건 병리 현상이다. 오래 방치하면 구조화한다.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쳐 오래 방치하면 생태계 전반의 침하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백약이 무효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적폐청산에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지금 지난 70년 대한 리뷰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가 되는 동안 우리는 긍정적 부정적 유산을 모두 갖게 되었다. 문 정권은 '촛볼'을 혁명이라고 한다. 촛불이 계속 타길 원하지만 이미 꺼졌다. 촛불이 무엇을 비췄나. 한국이 문명사적 전환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정체기를 겪으면서 70년 동안 밑에 가라앉았던 노폐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가 부유하는 것을 방치했다. 그 노폐물에는 진보의 실패도 들어있다. 진보 보수 모두 실패했다. 진보는 그것이 모두 보수로 인한 노폐물로 보고 태우려 한다. 향후 2~3년 내에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좌우되는 거대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호랑이를 만나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아날 수 있듯, 국민이 일치단결해 내부를 다지고 외부 도전에 대항하면 위기는 기회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 이사장은 균형을 추구해야 할 경제가 현재 쏠림과 질주 속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도 주시했다. 시장의 반격과 생태계의 반란에 직면하고 있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탐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한중간 보완적 산업관계, 보완적 생존관계가 어떻게 해서 금이 가고 있는지, 그리고 한미동맹이 절대적 수직적 동맹에서 상대적 수평적 동맹으로 변화될 것인지도 조명하고자 했다.
정 이사장에게는 한반도의 문명사적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천착하며 대한민국의 진로를 고심해온 대표적인 지식인다운 경륜과 사고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그는 남다른 식견과 통찰력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북핵과 중국의 팽창일 것이다. 전자는 안보적 측면에서, 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슈팅게임의 과녁처럼 한시도 시점을 놓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핵과 그 해법에 불가분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역할, 또 그 중국이 미국 및 일본과 갖는 함수를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에 열정을 쏟았다.
중국은 사드 배치 보복에 이어 노골적이고 조직적으로 한국경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국을 이용했다면 이젠 한국을 이겨야 할 경쟁자로 보고 있다. 다음에는 한국을 복속시킬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한국기업의 인재를 빼내가고 있고 입으로는 자유무역을 수호한다면서 실제론 한국 유통업체의 영업을 방해했고 한국 배터리 업체를 드러내놓고 차별하고 있다. 튼튼한 국력을 바탕으로 북핵 해법의 힘을 축적해야 할 우리로서는 상수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비단, 북핵 해결뿐 아니라 통일과 그 이후를 대비해서라도 한중 관계에서 우리 페이스를 잃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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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동욱기자 fufus@
"2~3년 내 국가운명 좌우할 이벤트… 담대한 인내심 가져야"
-북 비핵화 협상이 미북간 진행 중이고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갖춰야 한다. 우리 세대에 아주 중차대한 역사적인 의무 내지 소명이라는 게 뭐냐. 생존 방정식과 통일방정식, 두 가지를 연립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세상에 어떤 나라든 우리를 영원히 도와줄 나라는 없다. 국력 신장을 통해 자력자강(自 力自强) 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역학구도의 변화에 따라 주변국 모두가 가상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이 체제유지 속 보통국가로 가려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지난 70년 번영의 다이나믹스를 평화의 에너지로 전환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담대한 선택에는 담대한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평화의 가장 중요한 유지 조건은 지속 가능한 국력신장이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국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 이걸 갖추는데 70% 역량을 투입하고 30%는 화해 평화를 유지하는데 써야한다. 그 걸 거꾸로 하면 안 된다."
-북 비핵화는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 모두 너무 낭만적이다. 북한이 그 특유의 생존방정식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독특한 생존방정식을 터득하고 있다. 방향을 틀더라도 독특한 생존방정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7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가장 낭만적 오해는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혁 개방하고, 남북한 경제교류 확대를 통해 먼저 경제적 동질성을 확대해간다는 구상인데, 이것이 어렵다. 첫째, 생존방정식의 한 축이 제왕적 지배구조인데 이건 바꾸기 어렵다. 둘째, 공산당 예하 조직을 깰 수 없다. 북한은 다만 어떻게 먹고 사느냐의 문제에서 현 체제유지 속에 생존방정식의 일부 하부구조만을 바꿔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중국의 개방정책에서 보였던 점-선-면 전략의 초기 단계를 쓰고 있다. 라진 선봉 청진은 다 점이다. 신의주 남포 해주 모두 점이다. 이 점을 확대하면 선이 된다. 그런 다음 면으로 간다. 그런데 북한은 상당기간 점의 개혁개방에 치중할 것이다. 이를 선과 면으로 확장하는 데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이 면으로 가는 것이 서부개발이다. 그런데 현재 여의치 않다. 대번에 면으로 갈 수는 없다. 점은 선을 거친 다음 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않고 개혁개방도 힘들다는 말씀인가.
"북한엔 초보적 장마당이란 곳이 있지만 그건 시장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식 시장체제로 가려면 체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중국식 체제 전환은 돼야 한다. 그런데 북은 중국과도 다른 1인 독재 체체, 즉 왕권체제나 다름없다. 이걸 놔두고 베트남식 중국식으로 갈 수는 없다. 시장화는 서서히 왕권을 약화시킨다. 이걸 아는 김정은은 점은 찍되 선이나 면으로 가는 것은 막을 것이다. 점이 선과 면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김정은이 이를 거스른다는 것이다.
북한의 레토릭을 믿으면 안 된다. 절대 비핵화 안 한다. 질질 끌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과 또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너무 빨리 가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핵을 갖고 있는 북한과 교류 협력이 얼마나 위험한가 깨달아야 한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레버리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일관성이 없었다. 왔다 갔다 한 점이 있다. 기로에 선 북중관계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간'을 다 보고 미국에 가까워져야 떡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핵을 없애라고 한다. 그래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중국의 굴기에 미국이 본격 견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데.
"중국의 대국굴기가 예상보다 일찍 고개를 든 것이다. 미국이 조장한 측면이 있다. 힐러리 국무장관 때 아시아 재균형정책(Re-Balancing Asia)을 썼다. 중국은 에너지의 90%를 해외에서 구입하는데 수입루트인 말래카 해협이 막힐 거 같으니까 시진핑에 와서 적극 대응으로 나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대일로다. 미국의 초조감도 작용했다. 공산당 독재국가가 팽창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급함이 있었다. 다낭과 수빅만에 해군기지를 구축하자 중국도 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굉장히 공세적인 국가다. 이익추구형 국가다. 양국이 충돌하는데, 새우등 터지는 게 한국이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중국은 아직 정치 사회 시스템이 낙후돼 있다. 아직 문명적으로 진화가 덜 됐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르다. 아직 준비 안 된 대국굴기다. 무역전쟁이 터졌는데, 장기적으로는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게임이다. 축소불균형 게임이다. 모든 경제는 확대균형으로 가야하는데 더 악화하면 축소불균형이 될 것이다."
-향후 중국의 진로는.
"중국은 장벽에 둘러싸이게 되고 신기술을 획득하는 길이 막힐 것이다. 대국굴기가 잘못 해석되면서 세계가 과거 중국의 대외팽창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복속주의의 부활 아니냐며 견제에 들어갔다. 중국의 주변을 둘러싼 국가가 20개국인데, 몽골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우호적인 나라가 하나도 없다.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이 원인 제공을 하긴 했지만, 중국이 굴기로 나서서 이익 본 게 하나도 없다.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국제적 의무와 견제만 강해졌다.
중국은 적당한 때에 미국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 미국한테도 나쁘지 않다. 미국도 장기적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치킨게임은 당분간 지속된다. 중국이 먼저 손을 들어야 한다. 미국도 오래 끌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나라가 발전하는 데는 크게 3단계가 있다. 첫째, 추격기가 있다. 둘째, 추월기, 한국은 90년대부터 일본 추월기로 들어갔다. 자정 기능을 상실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갈아끼우지 못하면 정체기로 들어간다. 안주하면서 그동안 축적으로 먹고 살아가면 셋째 단계인 추락기로 갈 수 있다. 일본은 추락기로 진입하려 하는 시점이다. 잃어버린 20년 정책 탓이다. 아베노믹스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자기 시장을 넓히지 못했다. 산업과 시장을 못 넓혔다. 기술만 갖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생산기술에서 따라잡혔다. 지금 버티고 있는 것은 기초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도 기초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지금 중국에 생산기술의 우위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침투를 이겨내지 못하면 진다.
요즘 한창 언론에 오르내리는 중국 후안강은 2000년 초 북경대 있을 때 교류했던 인사다. 그는 박정희 식에서 차입한 중국식 발전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공급시장에서 줄곧 중국이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굴기와 미국발 무역전쟁 상황에서 그의 전략은 틀렸다. 현재 중국 경제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내부 컨트롤타워 역을 맡는 것 같은데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 같다. 중국이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개방체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연구 과제다. 중국의 위기는 또 인도라는 경쟁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인도에는 고급 두뇌가 많다. 인도가 중국 경쟁력의 상당부분을 갉아 먹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소프트파워 경쟁에서는 인도가 유리하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중국은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야 대상이다. 5~10년 전까지만 해도 보완적 관계였다. 지금은 경쟁적 관계. 이젠 협업으로 가야 한다. 한중일 동북아 협력 삼각구도에다 인도의 남아시아와 아세안까지 확대한 대삼각형 광역 경제 생태숲을 만들어야 한다. 그 생태숲에서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갖고 중국과 협업해야 한다. 중국이 협업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협업 협력을 하면 우리 살길이 있다. 조선산업을 넘겨주면서 보완적 산업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부품소재 갖고 20년 동안 잘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산업구조를 바꿔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이 최근 부쩍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1년여 해보니까 생각이 변한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 서서 좌편향적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 극좌 편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남북 경제협력은 UN제재 결의 때문에 청와대 운동권 비서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최근 변화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더 두고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은.
"문 대통령은 민심에 매우 예민하다. 그러나 언제나 지속가능한 민심은 '밥심'에서 나온다. 민생경제가 악화되면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간다. 최근 문 대통령이 변하기 시작한 것처럼 비쳐 다행이다. 그런데, 지금 사회지배구조의 위기 상황이다. 국가 사회의 거버넌스가 위기에 빠져있다. 의사결정메카니즘 즉 국가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박정희식 거버넌스 즉, 정치-관료-기업(재벌) 삼각 구조가 잘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개발연대에는 이것이 정합관계였다. 부패와 비능률을 막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견제와 균형. 이게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97년 외환위기 때 완전히 무너졌다.
희생과 애국심으로 무장됐던 관료사회는 계속되는 5년 단임정치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에 순치되어왔고 이제는 생존형집단으로 변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도 존속해오던 3각 지배구조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와해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와 시장의 관계로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사회를 관료와 재벌에 대한 워치독으로 쓰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들어와 재벌과 관료를 국정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으나 이미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었던 관료와 재벌이 이전의 정합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5년 단임정치로 정치-관료-기업(재벌)의 삼각 정합 의사결정구조는 형해화됐다. 숙의민주주의, 공론화위원회 등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가 등장했다. 민중과 '소셜 액터' 사이의 버퍼가 정치인데 민중이 소셜액터를 완전히 압도한 것이다. 의회민주주의가 쇠하고 소셜 액터들이 겁을 집어먹었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액터와 민중이 정면으로 부닥치면서 사회지배구조의 위기로 가고 있다.
경제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한데, 끊임없이 정부가 다 하려고 한다. 시장은 정부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는 균형을 추구하고 최종 종착점은 결국 생산성이다. 결국은 아담 스미스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절실한 것은 국가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소셜액터들이 살아나 나라 안에 활기가 넘치도록 만드는 일이다."
-미북 핵 협상이 진행되면서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관계는 수직적 동맹관계에서 상대적 수평적 동맹관계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동북아지역 안보에 상당한 억지력을 행사할 것이고 비핵화 이후에도 새로운 명분과 정체성 하에 잔류할 것이다. 힘의 공백상태가 문제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느냐가 과제다. 가치의 균형, 이익의 균형을 같이 하면 동맹국이다. 중국은 가치의 균형이 없었으나 이익이 균형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이익의 균형도 옅어지고 있다. 미국은 가치와 이익 균형이 되는 동맹국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를 돈으로 계산하면서 미국과의 가치의 균형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전방위적 신외교시대로 가야 한다. 중국은 힘의 공백상태에서 밀고 들어올 것이다. 남북교류가 시작되면서 가치의 균형과 이익의 균형이 없는 상황에서 경계를 늦추면 안 되고 담대한 인내심,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 때다. 원려근우(遠慮近憂)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수평적 상대적 한미동맹 하에서는 어느 나라와도 척을 지고 살 여유가 없다.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협력구도를 갖추어야 한다."
-문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시장의 반격, 상태계의 반격에 맞닥뜨렸다. 첫 단추를 풀고 다시 껴야 한다. 지지율은 민심인데, 일시적으로 얻을 수 있다. 확고한 지지는 밤십 즉 경제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빨리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진심으로 하는 조언이다.
적폐를 청산한다고 확대불균형을 시정한다고 칼을 빼들었는데 지금은 축소불균형으로 가고 있다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진영간 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일부 적폐, 갑을 관계는 없어지지만 그 과정에 부작용이 많이 일어나 경제에 악영향이다. 문 대통령은 진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문명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구문제, 가족구조의 변화, 재정 산업 고용 생명자원 에너지 기후변화 외교안보 등 지정학적 문명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촛불 시민단체 노조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진리를 대표한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항상 반성하고 담금질해야 한다. 정치적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선악 이분법을 강화한다. 최대 잘못은 경제를 이념으로 코팅하려 한 것이다. 경제는 이념을 제일 싫어한다. 탈이념화해야 한다.
한국이 이상한 나라로 돼가고 있다. 분노와 도덕정치로 빠졌다. 번영의 다이나믹스를 이뤄왔는데 행동의 주체들이 '이제까지 내가 잘못 살아왔나'하는 독백 속에 움츠려든다. 너 잘 했다고 해도 부족한데 누가 따르겠는가. 시민운동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그 방향성이 옳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이를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변화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 나머지 속도나 단계의 설정에서 우를 범했다. 지금 기초를 다져 다음 정권에 넘길 것은 넘겨라. 조급함을 버리고 담대한 인내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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