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기고] 이통요금, 시장기구에 맡겨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1302102369660001[1].jpg "[기고] 이통요금, 시장기구에 맡겨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보편요금제의 법제화는 민간기업의 요금제를 정부가 직접 설정하는 시장 개입이므로 이동전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나 시민단체, 정책 당국은 차별 해소를 통한 형평성 제고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찬성하고 있다.
특정 정책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소위 파레토 효율성을 충족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즉, 일부의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특정 정책의 시행 여부는 규제기관의 정책 목표와 판단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각국의 규제기관들은 소비자들의 후생 증진으로 정책 목표를 잡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후생과 함께 관련 기업의 이윤도 고려하는 사회후생의 증진을 목표로 잡는 경우도 있다. 산업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일부 산업에서는 소비자후생의 증진을 목표로 삼아 정책의 시행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신과 같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 추가 구축 등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소비자후생의 증진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윤변화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사회후생의 증진을 정책 목표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가 사회후생을 증진할 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당장 요금인하로 소비자후생이 증진될지 모르지만 기업의 투자유인 감소로 서비스의 질 저하, 신규 서비스 도입 지연 등이 발생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소비자후생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윤의 감소도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편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에서 산출한 기업이윤 감소와 소비자후생 증진 금액만으로 시행 타당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원가정보 공개를 통한 인위적 요금인하 압력도 기업의 원가절감 유인을 저해하는 등 사회후생 증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비자간 차별을 해소하고 형평성을 증진하는 정책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보편요금제의 법제화가 최선의 방편은 아니라 판단된다. 이미 알뜰폰 사업자들이 다양한 저가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들 사업자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시장친화적 방법을 통해서도 차별성을 상당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보편요금제의 도입은 이동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미래에 있을 요금인하 정책에 대비해 새로 도입하는 5G 서비스의 초기요금을 높게 책정하려는 유인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5G 서비스는 고소득자만이 즐기는 고품질 서비스로, 현재 사용 중인 LTE 서비스는 저소득자가 사용하는 저품질 서비스로 만들어 오히려 더 큰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원가공개와 원가보상율에 의한 규제도 장·단기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한다. 원가보상율 규제는 안정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의 목적으로 독점 공기업에 적용되는 것이지 민간기업의 요금규제가 목적이 아니며, 기업의 불필요한 투자를 유발하고 원가절감 유인을 저해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익성이나 소비자 입장에서의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인위적 요금인하 규제보다는 시장친화적 방법을 통해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직접적 요금규제를 철폐하고 경쟁 활성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직접규제보다 시장기구가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속적인 경쟁활성화 정책을 수립 시행해오고 있다. 보편요금제의 법제화는 그 동안의 시장 친화적 경쟁정책을 포기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이다. 역사적 교훈을 역행하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의 효과를 중시하기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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