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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갑질 보다 더 추악한 국산 외면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입력: 2018-08-09 18:00
[2018년 08월 10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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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갑질 보다 더 추악한 국산 외면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조 원을 넘어섰고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은 세계 평균의 3배 이상이다. 이 시장에서 외국산은 명품으로 대우받고 있으며 국산은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 국산을 미국산이나 일본산으로 만들어 다시 수입하는 형식을 취하는 기업들도 있다. 또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수출에서만 어려운 노력을 하는 기업들도 많다. 바이오 장비 시장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통계 자료는 찾기 어렵다. 바이오 분야에 국가 연구개발비 1조 원이 투자되면 3천억 정도는 거의 외국산 장비를 구매한다고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의료 분야와 관련 장비 및 기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늦었지만, 이제는 어떤 장비나 기기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는 작은 중소기업의 용기가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나라가 바이오 의료 산업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고 또 성공해야 하는 핵심 산업이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봇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다. 더 어려운 반도체 장비도 잘 만들어서 수출하는 기술 강국이 되었지만, 바이오 의료 시장은 아직도 과거 인식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로봇이 전통 제조업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됨에 따라 로봇 전공자들은 과거와 달리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는데, 나는 바이오 의료 분야의 전문가 또는 기업들과 오랫동안 만나고 있다. 몇 년 전, 질량분석기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상용화한 후 상장한 A기업을 만난 것은 큰 기쁨이었다. 질량분석기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초고압, 초고진공 환경에서 작동하는 로봇이다. 현재도 코칭 또는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인들과 많이 만나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장벽을 함께 경험하기도 한다.

A기업이 질량분석기를 완성한 후, 경기도 보건 분야의 한 산하 기관에 판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굳이 독일 장비를 사야겠다고 버티는 연구원이 있었다. 정부의 감사를 받고 나서 기관장은 구매를 취소했다. 그 연구원의 고집이 국산 장비에 대한 순수한 불신 때문인지 아니면 외국산 장비 구매에 따라오는 숨은 목적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코칭을 해주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B기업의 하소연을 어제 들었다.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에서 여러 대의 장비를 구매하는데 그 중 특별한 한 대는 오직 한 외국 기업만 가지고 있는 장비이고 나머지는 자신들도 공급할 수 있는 장비라고 했다. 이렇게 묶어서 구매를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을 배제하려는 목적이라고 추측된다. 그리고 입찰 사양서를 분석해보니 잘못된 공학 용어들과 그 외국 제품 카달로그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 특별한 장비를 넣어서, 국내 기업을 배제하고 구매한 또 다른 정부 산하기관에 알아보니 여러 문제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두 중소기업의 경우처럼, 아직도 정부 산하기관 공공수요에서 국내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국산품을 애용해 달라는 말이 아니다. 이 나라, 이 사회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정부 산하기관의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내 기업에 공정한 기회를 주려는 노력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오래된 관계는 비밀도 아니며 입찰 사양서에 담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갑질도 아직 많이 있지만, 부당한 외면과 차별은 갑질 보다 훨씬 더 추악하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성장동력 엔진을 꺼버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잘하는 곳도 많고 공정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제는 전체가 변해서 어두운 곳을 없애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국내 기업들이 공공수요시장에서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국내 기업들이 갖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밝혀주길 바란다. 국내 기업이 공정한 기회를 가지도록 연결해주는 노력을 강화해주길 바란다. 별도 예산의 투입이 없어도 이런 연결을 지원한다면 현 정부의 혁신성장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성공할 것이다. 존재하는 시장에서의 작은 성공이 기업 성장의 출발점이 되고 가장 효과적인 성장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공한 기업은 반드시 고객과 국민에게 보답한다.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기회를 바탕으로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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