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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장 혈투`의 서글픈 시사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8-08-09 18:00
[2018년 08월 1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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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장 혈투`의 서글픈 시사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미국이 경제통계가 수립된 이후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고 평균 임금이 3% 가까이 오르는 진짜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고 있다. EU는 고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일본의 구인난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 경제만이 침체를 넘어 침몰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고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급속하게 빨려들고 있다.

급기야는 산업화 이후 최초로 제조업 생산능력이 축소되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 또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1년 사이에 최저임금 30% 인상이라는 과격 실험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했고 근로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축소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정부가 그렇게 강조했던 분배는 악화돼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의하면 5분위 중 3분위까지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격차는 확대되는 예고된 참사를 불러왔다. 연간 60만개 수준에서 창업되고 폐업되던 자영업자가 100만개 이상 폐업할 것으로 예측되며 중소사업자들을 길거리 시위로 내모는 민란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경제를 만들고 있다. 그나마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마저 중국의 급격한 추격과 트럼프 발 무역전쟁으로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를 이렇게 급속하게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에는 주술에 가까운 이단적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다른 한편으로는 재벌개혁이라는 이념적 목표가 존재한다. 문 정부는 경제 문제의 대부분을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찾고 있으며 이를 국정의 주요과제로 내걸고 있다. 그 결과 경제주체들을 적폐로 인식하고 혁명적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이념의 편향성은 우리 경제의 문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나 제도적 개선을 위한 이성적 노력은 간데없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수단은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모든 재벌 총수들은 사법 처리에 전전긍긍해야 하고,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권 위헙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수장이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벌 일가에게는 어떤 주식은 소유하지 말라, 팔라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위법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재벌 일가 또는 계열기업의 사소한 일탈적 행위를 빌미로 기업을 끊임없이 압수 수색하는가 하면, 고용노동부는 강성노조와 결탁해 특정기업의 고용구조를 바꾸고, 국토부는 밀실에서 멀쩡한 기업에 사형선고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는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 개념을 외면한 채 혁명적 정부의 시녀가 돼있다. 중소 영세기업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에 정규직화 압력으로 압박하고, 대기업은 경영권 박탈과 사법 처리 위협으로 겁박하는데 경제가 정상으로 작동하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이다.

정권의 이념 편향적 실험이 실패라는 것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통계의 편의적 해석과 조작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방어할 처지도 아니다.이런 와중에 체면을 살리면서 정치적 후퇴를 위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포용성장을 들고 나오고 경제수석을 경질하며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을 보며 정책실패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성적 정책 전환을 하는 것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재벌 경영자들을 만나 경제계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부가 반기업 정책의 중단 신호를 보내는 것은 만시지탄의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방문을 계기로 불거진 부총리와 청와대의 갈등 논란은 이 정부가 아직도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한 꼴이 되었다. 어설픈 논란 속의 삼성 방문으로 기업의 시름이 한층 깊어졌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추락과 혼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권이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이념의 노예로 실용주의를 포기한 상태라면 국민들이 더 어려운 세월을 스스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김&장 혈투'의 서글픈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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