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시론] `연금사회주의` 우려 해소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202102269640002[1].jpg "[시론] `연금사회주의` 우려 해소해야")
지난 달 30일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조건부로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의했다.
기금위 측 한 인사는 방송인터뷰에서 연기금이 정권의 집사역할에서 탈피해 진정한 고객(가입자)의 집사가 되기 위해 이 코드를 도입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들은 연금사회주의 또는 연금관치주의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굳이 도입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참여를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도 국민연금이 대상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임원의 선임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있었다.
다만, 연금관치주의 내지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참여를 하는 것을 자제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좌파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영국과 일본 등 10 여 개 국에서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된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 (ROE)이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반드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국 연기금들과 우리 국민연금 간에는 상당히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국민연금은 선진국의 연기금과는 달리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전혀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대통령과 복지부장관이 임명하는 위원들로 전원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연금관치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드안대로 국민연금이 기업들을 상대로 탄소배출량, 급여, 고용, 협력업체 지원활동, 이사회 독립성, 관계사 거래 비중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매년 평가해서 비공개대화를 하는 경우 행정지도와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달 31일 한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국내 4대그룹 계열사 중 38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기업도 15개에 달하며,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9.5%를 소유한 단일 최대주주임은 물론이고 총수일가의 합계액보다도 많다고 한다.
이는 연금사회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기금운용위원회의 특별결의가 있어야 경영참여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특별결의 요건이 무엇인지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논의과정에서 "심각한 주주 가치 훼손" 또는 "사회적 여론 형성"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요건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기금위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가치에 반하다는 이유로 대상기업 임원의 선·해임, 정관 변경, 임시주총 소집 등과 같은 경영참여가 이뤄 질수도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성공여부는 위에서 언급된 문제점들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우선, 비공개대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부당한 경영간섭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기금운용위원회의 특별결의 요건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역시 시급하다. 법적 안정성이 확보돼야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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