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축 요청 안하기로 했지만…깊어지는 블랙아웃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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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정부가 24일 전력수급 상황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기업들에 수요감축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무더위 속 전력 부족에 대한 불안이 지속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문이 다시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24일 수요감축요청(DR)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DR는 사전에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관리 정책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수요는 어제와 유사하거나 다소 증가할 전망이지만, 공급 측면에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다수 기업이 조업 막바지에 있어 가능하면 DR 실행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9080만kW로 DR을 발령하지 않은 어제 오후 5시(9069.5kW)를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이 시각 현재 공급 예비력은 803.6만kW로 어제 오후 760.1kW(예비율 8.4%)보다 더 늘었다. 지난 20일 전력생산을 재개한 한울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계획대로 100% 출력을 달성하면서 전체 공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는 다만 "재난 수준의 폭염이 지속하고 있어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상황에 맞는 공급과 수요관리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상황에 따라 DR을 실시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정부가 올여름 전력수요 피크에 맞춰 일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서두르면서 탈원전을 해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 중이고, 원전이 작년 기준 전체 발전 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3%(22.5GW)에 이르고 있다. 실제 발전량으로 따지면 약 30%에 이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당장 줄이는 게 아니라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발전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급격히 줄이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탈원전 반대 진영을 중심으로 정부가 최근 무더위에 따른 전력난을 원전 조기 가동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정비 시기를 조절하면서 시작했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에서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 시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차) 이후로 조정하기로 했다"며, 또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 전에 다시 가동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를 피해 정비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치겠다는 취지였지만, 한수원의 발표는 폭염에 따른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 정비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이해됐다. 이에 산업부는 "원전 정비는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부터 이미 정비일정이 계획됐고 최근 인위적으로 정비일정을 조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최대전력수요 전망이 빗나가면서 전력 부족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3일의 최대전력수요는 정부 예상보다 240만kW 많았다.

정부는 1년에 몇 번 안 되는 최대전력수요만을 위해 발전소를 과다하게 짓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만약 지난 2011년 9월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지적도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수요감축 요청 안하기로 했지만…깊어지는 블랙아웃 불안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지난 21일 한울2호기 현장을 찾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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