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민간기업 가격통제 하겠다는 정부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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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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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민간기업 가격통제 하겠다는 정부
최경섭ICT과학부장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처리돼 국회로 이관됐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년마다 최저구간 요금제의 가격·용량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보편요금제 법안의 핵심은 일반 서민들도 경제적 부담 없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월 2만 원대에 데이터 1Gbps,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에서 한결같이 내세웠던 서민공약이다. 유권자인 이동통신 사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 주어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이다. 그러나 가격 통제권이 없는 정부가 민간 사업자로 하여금 통신비를 반강제적으로 끌어내리는데 따르는 논란은 이번에도 또 재연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의 최저구간 요금제를 사실상 강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거리다. 현재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가 나올 때마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요금제를 특정 사업자로 하여금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통 서비스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보편 서비스인 만큼, 모든 국민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영역인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전 통제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통신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정부가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에 가격을 사전 통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SK텔레콤이 한국전력이나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와 같은 공기업이라면 모를까, 특정 민간 사업자에 법으로 하한선을 정해 가격통제에 나서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위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반 국민의 생활 필수재인 전기, 수도, 철도 등을 별도의 공기업 운영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이들 공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은 물론 가격 통제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도 이 같은 룰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이통 서비스를 전기나 철도 등과 같이 국민들에 없어서는 안 될 공공재로 인식하고, 원하는 가격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에 준하는 기업을 육성해 정책적 효과를 거두면 될 것이다.

현재처럼 민간 기업에 의해 수요과 공급,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룰에 의해서 작동하는 통신시장에, 정부가 사전규제인 보편요금제 카드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크다. 과거 구 한국통신(현재 KT)이라는 공기업을 두고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던 시대가 있었다. 과거 공기업이 시장의 중심축이던 시절로 시계추를 되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타 산업과의 형평성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통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보편요금제 적용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왜 통신사만 대상이 돼야 할까. 당사자인 통신 업계에서는 정부의 논리 대로라면, 이제는 모든 국민들의 필수품인 자동차, 스마트폰 뿐 아니라 아파트나 라면 등도 공공재란 잣대를 들이대 가격통제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실업을 비롯한 일자리 쇼크는 이제 일상사가 됐고,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도 주춤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이 기업과 시장을 바짝 움츠러들게 하고, 기업과 노동자·서민을 서로 등지게 하는 것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시장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하는 급진적인 시도 보다는 수요와 공급, 경쟁에 의해 시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k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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