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된 3개은행 스스로 보고해
금융위 "고의성 없어" 사건축소
기존 방법 재활용… 재현가능성
금융위 "고의성 없어" 사건축소
기존 방법 재활용… 재현가능성
금융감독원이 대출 가산금리 조작 여부에 대한 검사를 모든 은행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검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앞서 지난달 경남은행·KEB하나은행·시티은행 등 3개 은행의 가산금리 조작에 대한 적발도 금감원이 적발한 게 아니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 보고했다는 것이다. 당시 금감원을 비롯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고의성이 없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6년 5개월 간 약 690만 대출 건을 조사해 금리 적용 오류 252건을 밝혀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의 하나은행 검사인력은 5명에 불과했고, 검사 기간도 지난달 초부터 보름 정도에 불과했다.
검사 인력 한 명당 약 140만건의 대출 서류를 조사해 보름 만에 오류를 발견했다는 것인데, 하루에 적어도 10만 건의 대출 서류를 조사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난달 검사 결과도 제대로 조사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경남은행, 하나은행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지난 9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3개 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가산금리 조작을 적발했다고 밝히면서도 적발한 은행 이름과 부당 대출 건수, 부당 수취 이자액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이 같은 태도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튿날 "은행 개별창구에서 일어난 실수로 보인다"며 "징계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경남·하나·시티은행이 자발적으로 대출금리 오류가 있었다며 더 받은 이자를 전액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1만2000건에 부당 수취 이자가 약 25억원, 하나은행은 252건에 1억6000만원, 시티은행은 27건에 1100만원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경남과 하나은행에 대해 추가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 9일엔 윤석헌 금감원장이 모든 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부당 영업행위에 대한 경영진 제재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또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감원 내 일반 은행 검사국의 검사 1~7팀 인력은 30명(검사기획팀과 상시감시팀 10명 제외)으로 턱없이 모자라 '은행에게 스스로 죄를 고백'하도록 하는 기존 검사 방법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제주·광주·전북 등 지방은행은 별도의 검사팀이 없다. 시중 은행의 연간 대출 건수는 100만 건 이상이다.
실제 지방은행은 어떻게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자체 점검을 시켜놨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은 스스로 알아서 조사해 부당 대출 건을 보고하라는 얘기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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