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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헬스케어시대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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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영 숭실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광장] 헬스케어시대 정부의 역할
장만영 숭실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6년 통계청 기준 기대수명은 82.4세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수명은 64.9세로 17.5년간 유병 기간을 보내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만이 아닌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속도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2026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36년이 걸린 일본보다는 10년, 프랑스보다는 128년이나 빠른 속도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왔던 선진국과 달리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평균 12.1%의 4배를 넘는 48.8%에 달한다. 10만 명당 노인자살률 또한 12.1명인데 반해 29.1명으로 2배를 훌쩍 넘었다. 의료기술발달에 따른 수명연장과 경제발전에 따른 삶의 질 개선노력이 역설적으로 위험이 된 것이다. 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 노년의 유병기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장수위험에 따른 개인과 국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2001년 이후 15년간 계속되는 초저출산현상은 1~2인 세대 급증 및 생산인구감소로 이어지면서 노인의 문제를 정부주도의 부양구조로 변화해야 할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장수위험과 인구절벽시대에 맞서 사회보장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은퇴 이후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개인과 다음 세대의 부양책임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다. 좋은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2017년 건강보험기준 65세 이상 노인진료비는 27조13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매년 약 10% 이상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운영 수익률을 연 7%로 가정해도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2016년의 국민연금의 실제투자수익율이 평균 4.7%임을 감안하면 기금의 소진은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세수확보가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인구절벽과 장수위험, 경기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론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사전예방중심의 헬스케어정책을 범정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단순한 기대수명연장이나 치료중심이 아닌 건강수명 증진과 사전예방중심의 건강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각종 기기들을 활용한 개인적 건강관리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치료(cure)가 아닌 관리(care), 유병자를 넘어 일상의 건강관리로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 의료계, 보험업계, IT(ICT, IoT)업계, 정부와 유관기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4차산업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의 성공적 진입을 통해 복지재정건전화와 신성장동력발굴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규제와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묶여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2014년부터 그레이존 해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의 법제도에 없는 신규사업의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을 위해 사업 주무장관이 규제주무장관에게 요청하여 해당 사업의 규제 적용 유무를 미리 확인하는 제도다. 신규시장진출에 따른 리스크와 문제소지를 미연에 방지하여 미지의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헬스케어산업은 전혀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입이다. 따라서 예기치 못한 첨예한 이슈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정부가 더 빨리 고민하고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야 할 이유다.

규제를 개혁하지 못한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날선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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