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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인재 육성만이 핵심산업 위기 돌파 길이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입력: 2018-07-04 18:00
[2018년 07월 0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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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인재 육성만이 핵심산업 위기 돌파 길이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얼마 전 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의 모습을 전 국민이 지켜보았다. 대한민국은 아쉬운 성적으로 발걸음을 돌려야했지만, 놀라운 투혼으로 세계 1위 '전차군단' 독일을 꺾으면서 월드컵 최대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본선 진출에는 실패한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하자는 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높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은 늘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세대나 계층 간 갈등, 적폐청산을 둘러싼 소모적인 이념 대립, 급격하게 증가하는 청년실업,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가성장 동력 저하 그리고 북한 핵을 둘러싼 군사적 위기 등을 고려해보면 사실상 우리 국민은 늘 위기 속에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에 처하고, 늘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따라서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며 대한민국은 빠른 성장을 이뤄내는 역설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들 중 필자 직업상 가장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는 위기는 청년실업과 한국경제를 외로이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위기다.

반도체 기술은 먼저 개발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냉혹한 승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비록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원천기술은 없었지만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기술을 먼저 개발해 세계 1등이 되었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은 모두 대기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공공 R&D 투입이 무산되고, 따라서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에는 정부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다 보니 반도체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재양성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이는 결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80~90년대 정부 주도하에 우수한 인재들이 풍부하게 공급돼 세계 최초 기술들을 개발하고 오늘날 한국의 반도체 신화의 밑바탕을 만들었던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놀라운 기술개발로 반도체 산업이 영원한 수출 효자 종목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어느새 턱밑까지 추격해 온 중국과 인공지능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와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는 선진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라는 입지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산업 부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상실해 국가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는 조선 산업의 전례를 생각해볼 때,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해 나갈 우수한 인재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극심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산업에 대한 지원이 인재를 개발하고, 그 인재가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긴다면 어떠한 산업도 발전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실업은 극심한데, 우수한 인력은 보이지 않는 패러독스에 빠진 모양새다. 얼마 전 대학 졸업을 앞둔,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를 통해 우리의 부모님과 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이제는 자신 있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본인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 없이 태어날 때부터 천형(天刑)처럼 주어지는 흙수저론에 따라 자신의 꿈과 진로에 한계를 느끼고, 정권교체마다 크게 변동하는 정책에 따라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장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기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관심이 있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과 자기가 직업으로 택하고자 하는 분야가 과연 비전이 있을지 그리고 사회적 대우와 금전적 보상이 충분한지가 더 우선일 것이다. 독창적이고 남이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을 하라는 교과서적인 말도 비현실적인 구호에 불과해 보일 지경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일명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래 사회는 단순한 지식을 갖춘 인재보다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반면, 우리의 교육은 오래된 주입식 단순학습과 치열한 경쟁만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틀에 맞추도록 길러진 많은 청년들은 무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현실이다.

과거 취업 걱정 없이 살아온 기성세대의 눈에는 요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안쓰러워 보인다. 한편 어렵고 힘든 일은 마다하고 쉽고 편한 일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비판하고 안쓰러워하기 보다는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사회와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 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청년들에게 작금의 암울한 현실을 제공하고 이러한 사회에 방치한 사람들이 바로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도 힘들고, 청년들은 더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대한민국 위기설 속에서 내성이 생겼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실력을 키워왔으니 어떻게 보면 위기설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진정한 성장 동력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 성장 동력과 함께 근본적인 밑바탕이 되는 청년 문제도 원칙을 세우고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그 근본으로부터 우리는 더 넓은 시각과 해결능력으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상생에서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대한민국 위기는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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