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디어산업, 꼬리가 몸통 흔드는 시대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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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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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디어산업, 꼬리가 몸통 흔드는 시대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1997년 창업한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1억 2500만명의 소비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업가치가 1787억 달러(약 199조원)로 95년 전통의 할리우드 기업인 디즈니의 기업가치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거대 통신기업과 미디어 업체간의 흡수합병을 촉발하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미국 법원은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최종 승인한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AT&T가 타임워너 인수계획을 발표한 이후, 미 법무부가 두 기업의 합병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절차가 지연돼 왔다. 이번 판결로 합병을 위한 규제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AT&T는 시가총액(약 2800억 달러)과 매출액 (1900억 달러)에서 미국 1위의 미디어 기업이 됐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통신회사가 부가가치 없이 통신망만 제공하는 '덤 파이프(Dumb Pipe)'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전통적인 통신 시장이 모바일과 동영상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승산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프리미엄과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빠른 성장으로 AT&T를 비롯한 주요 통신사들은 가입자 정체와 수익성 둔화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콘텐츠 없이 네트워크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것이 어려워 수직합병(Vertical Integration) 을 통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타임워너의 인수로 AT&T는 유무선 통신과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에서 뉴스채널(CNN), 드라마(HBO), 종합편성채널(TBS, TNT), 영화사(워너브라더스, 뉴라인시네마) 등 콘텐츠 자산을 보유한 초대형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했다. 타임워너 인수가 확정된 직후 AT&T는 1억 2000만명의 가입자들이 타임워너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와치TV'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AT&T의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타임워너가 보유한 30개가 넘는 생방송 채널과 1만 5000개 이상의 주문형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승인된 바로 다음날 케이블 TV 업계 1위인 컴캐스트(Comcast) 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으로 케이블 TV 업계도 가입자가 줄어 들면서 콘텐츠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컴캐스트가 제안한 폭스 인수 가격(650억 달러)은 지난 해 말 디즈니가 폭스 측에 제안한 금액(524억 달러)보다 24%나 늘어난 규모다.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인수 경쟁으로 몸값이 치솟은 폭스는 결국 지난 6월 20일 디즈니가 713억 달러(79조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19년부터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대항마 격인 훌루를 보유하고 있는 폭스의 인수로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조그만 벤처기업인 넷플릭스가 창업 20년 만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거대 통신 기업과 미디어 업체들의 합종연횡을 촉발하며 산업을 재편하고 있으니, 미디어 산업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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