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안전보장 문제 집중거론
남북 고위급회담 재개도 논의
문, 경제보상 등 미 의지 피력
미북회담 개최 가능성 높아져
남북 고위급회담 재개도 논의
문, 경제보상 등 미 의지 피력
미북회담 개최 가능성 높아져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 정상의 2차 회담은 미북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취소 통보를 한 지 이틀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만남에서 무엇보다 미북정상회담의 동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설명했고, 반대로 체제 안전 보장 등에 대한 북한 측의 우려를 전달받았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한 회담이었다.
특히 이번 회담과 함께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 중이란 사실이 한미 두 정상을 통해 공식 확인되면서 무산 위기에 몰렸던 6·12 미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회담 취소 발표'가 나온 지 불과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먼저 요청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대가로 꾸준히 요구해 왔던 체제 안전보장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후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킴은 물론 경제적 보상까지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북한이 갖고 있는 체제보장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김정은 정권의 체제보장에 있어선 미온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우려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이 CVID를 수용할지 불분명하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면서 미북 간 실무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은 남북 관계 개선 문제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중단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재개하는 한편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회담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상징적인 회담이다. 이산가족 회담의 경우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대남 압박수단으로 사용해왔다. 군사당국자 회담도 한국에 대한 군사적인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받아들이길 꺼려왔다.
하지만 북한이 고위급회담에 이어 두 회담 개최를 받아들인 것은 남북 관계 복원으로 문 대통령에게 대내·대외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이지만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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