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외 주주 반대로 무산
삼성 계열사 지분매입 추진 부담
업계 "법제도 바꿔 방법 제시를"
삼성 계열사 지분매입 추진 부담
업계 "법제도 바꿔 방법 제시를"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던 현대자동차 그룹과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과 정부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맞닥뜨렸다. 재계는 정부가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으면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법·제도 도입 등 현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 일각에선 차라리 정부나 정치권에서 법 개정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줘야 다른 대안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제시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지난 21일 엘리엇 등 국내외 주주들 반대로 무산되면서 당사자인 현대차그룹은 물론 삼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는데도, 시장과 해외 투기자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 아니냐"며 "차라리 법·제도를 바꿔 지배구조 개선의 방법을 제시해주면 그에 따를 텐데, 지금은 정부와 시장의 요구만 있을 뿐 방법론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기업법연구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회사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40여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내용은 여야 정치권 성향에 따라 갈린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자사주 처분 제한이나 다중 대표소송 요건 완화 등 경영권 견제에 힘이 실렸고, 반대로 야당 의원들은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고서는 상충하는 상법 개정안의 중재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여당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대로 5년 전만 해도 9만700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41개로 줄이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키웠지만, 정부의 압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구조 개편안 무산과 관련해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시장 요구에 맞추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최근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차례로 매각해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는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했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은 추진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일단 수십 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필요하고, 또 현금으로 매입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이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또 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안을 선택할 경우, 외국 자본에 우량 기업을 뺏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가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그룹들을 흔들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대주주의 약한 지배력이 원인이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제시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지난 21일 엘리엇 등 국내외 주주들 반대로 무산되면서 당사자인 현대차그룹은 물론 삼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는데도, 시장과 해외 투기자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 아니냐"며 "차라리 법·제도를 바꿔 지배구조 개선의 방법을 제시해주면 그에 따를 텐데, 지금은 정부와 시장의 요구만 있을 뿐 방법론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기업법연구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회사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40여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내용은 여야 정치권 성향에 따라 갈린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자사주 처분 제한이나 다중 대표소송 요건 완화 등 경영권 견제에 힘이 실렸고, 반대로 야당 의원들은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고서는 상충하는 상법 개정안의 중재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여당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대로 5년 전만 해도 9만700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41개로 줄이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키웠지만, 정부의 압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구조 개편안 무산과 관련해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시장 요구에 맞추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최근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차례로 매각해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는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했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은 추진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일단 수십 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필요하고, 또 현금으로 매입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이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또 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안을 선택할 경우, 외국 자본에 우량 기업을 뺏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가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그룹들을 흔들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대주주의 약한 지배력이 원인이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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